[사설]소주시장의 경쟁과 제한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우리경제는 시장경제체제다. 자유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이 원칙이 소주판매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소주는 수도권과 강원도를 제외한 주류도매상의 경우 자기 도(道)에서 생산한 지방소주를 50%이상 의무적으로 사야만 하게 돼 있었다. 이것이 과연 자유경제체제에 맞는지 위헌소송을 검토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다. 당연한 귀결인데도 이렇게 된 경위를 따져보면 우리의 지역이기, 나아가 국회의원들의 자질문제와 관련해 한심하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다. 자기 출신 지역의 소주회사를 키우기 위한 지극한 애향심의 발로인지는 몰라도 상식밖의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켰었기 때문이다. 위헌결정이 내려진 현행 주세(酒稅)법은 95년7월 삼풍참사를 다루기 위해 열렸던 임시국회에서 밤샘 소위도 불사한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명분이야 중앙 소주 대기업의 무리한 시장확대를 막아 지방소주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치면 대기업들은 어느 곳에서도 물건 팔기가 불가능해진다. 지금은 세계무역기구(WTO)시대, 국가간 경제 경계도 없어지는 판에 좁은 땅에서 애향심으로 이런 제약을 일삼는다면 경쟁력 향상은 요원해진다. 더욱이 그 법안은 94년12월에도 국회재무위가 상위 1개소주업체의 시장점유율이 33%를 넘거나 상위 2개소주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국세청장이 출고감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보류했던 것을 내용만 조금 고쳐 다시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집요하게 이를 추진했던 사정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렇더라도 누가 봐도 불공정한 판매경쟁을 하라고 법까지 만들어 바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자유경쟁의 장점은 곧 시장경제의 장점이다. 자유경쟁은 품질과 서비스, 나아가 가격경쟁을 극대화시킨다. 이는 곧 소비자 선택의 다양화, 지출의 절약과 연결된다. 그럼에도 특정업자의 이익을 위해 이런 법을 억지춘향식으로 만들어낸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물론 대기업의 독과점 폐해는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특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독과점폐해는 철저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 주세법 같이 개별법으로 특정업종을 부당하게 보호하는 분야가 또 없는지 철저히 찾아내 과감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 공정경쟁의 확보야말로 경제회복의 지름길이다. 여기서 창의와 경쟁력이 생겨난다. 아무쪼록 모든 분야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도록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시각에서 벗어나고 국민은 스스로 감시자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다. 이번 헌재 판결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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