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양자씨-「자녀잃은 어머니모임」주도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高美錫기자」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무엇일까.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슬픔이 아닐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마음의 상처에는 딱지가 앉지 않는다. 매주 목요일 아침 서울 신문로에 있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02―736―6288)사무실에서는 「자녀를 잃은 어머니를 위한 모임」이 열린다. 슬픔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열명이내의 소그룹으로 8주동안 진행되는 이 모임은 현재 4기째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모임을 이끌고있는 최양자씨. 그도 2년전 25세의 맏아들을 병마에 뺏겼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찾다가 「삶과…」를 만나 지금은 홍보실장직까지 맡고 있다. 『자식잃은 엄마들이 가장 노여워하는 얘기는 「빨리 잊어버리라」는 말입니다. 그 고통을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어미 마음을 알겠습니까.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같은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끼리 한자리에 모여 눈이 퉁퉁 붓도록 실컷 울어도 보고 마음에 고인 사연을 털어놓기도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에서 아이가 즐겨 부르던 노래만 나와도, 식당에서 좋아하던 반찬만 봐도 가슴가득 눈물이 차오른다. 무심코 있다가도 한번만 아이를 안아보고 싶은 생각에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온통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고통과 아픔인데도 어머니들은 남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슬픔을 내색못하는 멍에를 져야 한다.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희석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숨김없이 다 쏟아내야만 죽은 아이가 언제까지 엄마가 이렇게 슬픈 모습으로 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데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더이상 울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작더라도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이다음에 자식을 만나 떳떳할 수 있음을 깨닫는 셈이지요』 자식잃은 어머니에게 그는 자식의 자취를 깡그리 없애기보다 기억할 수 있는 흔적을 남겨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쁘게 사는 일, 나보다 불우한 이웃을 위한 봉사에 눈돌리라고 권한다. 바로 자기 아픔이 세상의 전부는 아님을 깨닫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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