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진 불안에 대비를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웬만큼 강한 지진(地震)이 와도 견딜 수 있도록 건축물의 설계기준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진은 지난 93년부터 해마다 잦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 영월군에서 발생한 지진은 올들어 벌써 서른네번째 지진이다. 뿐만 아니라 영월지진은 규모가 4.5나 되었다. 지난 78년 홍성지진이나 94년 홍도지진보다는 약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강도여서 서울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만큼 위력이 있었다. 게다가 영월은 지질학적으로 지진이 발생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이다. 이 모든 사실로 입증되듯 한국은 결코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건축물들은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지어지지 않았다. 지난 85년 포항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88년부터 내진(耐震)설계기준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구체적 수치를 지정하지 않았거나 지반특성(地盤特性)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해 실효가 의문스러웠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이번 영월지진을 계기로 내년말까지 구조물별 세부 내진설계기준을 마련하리라 한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보다 큰 지진이 올 경우에 대비, 지역별 지반특성을 충분히 감안해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우리 도시의 건축물들은 갈수록 높아지고 토목구조물들은 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 외곽 신도시에마저 이미 고층아파트가 밀집하고 한강엔 하저(河底)터널이 뚫리고 있다. 도시집중추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새로 짓는 건축물과 토목구조물은 높이와 기술적 난이도를 더해갈 수밖에 없다. 그것들이 큰 지진을 맞을 경우를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우선 앞으로 지을 건축물과 토목구조물 만이라도 만약의 큰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기준을 강화하고 그 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지도록 감리체계를 보강하는 일이 급하다. 또 이미 지어진 건축물과 토목구조물의 지진안전도를 측정해 두어야 한다. 88년 이후에 지어진 고층아파트들은 내진설계는 했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15개 한강교량과 60개 고가차도 등 서울의 8백84개 도로시설물 가운데 내진설계된 곳은 현재 건설중인 가양대교 말고는 단 한군데도 없다. 이들 건축 및 시설물의 보강이 어렵다면 어느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지 그 내진성만이라도 점검해 두어야 한다. 이번 영월지진은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한참 뒤에 확인되었다. 지진이 더 자주 그리고 더 크게 올 것에 대비해 지진예보와 홍보체제를 강화하고 대피수칙도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만약의 경우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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