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항공전쟁]KAL-아시아나 「황금노선」공중戰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梁基大기자」 지난 88년 아시아나항공이 생긴 뒤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끊임없이 「이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은 주로 기득권을 가진 대한항공에 후발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도전장을 내는 형국으로 진행되고있다. 두 항공사의 경쟁은 특히 회사의 사활이 걸린 국제선 노선배분 문제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노선배분과 관련한 최근의 한 경쟁사례를 보자. 건설교통부는 지난 8월 서울에서 이스탄불 뉴델리 코펜하겐 헬싱키를 오가는 새 항로를 개설키로 해당국가와 합의하고 두 항공사에 노선배분에 따른 의견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두 항공사 모두 서울∼이스탄불노선에만 집착,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4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는 실정. 우선 대한항공이 이스탄불노선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현재 취항 중인 텔아비브 및 카이로 등 중동노선과 연계 운항할 수 있기 때문.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1회 운항 중인 서울∼텔아비브노선은 승객이 다시 대한항공을 타고 돌아오려면 1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등 영업측면에서 가치가 떨어진다』며 『이스탄불노선을 확보하면 텔아비브 카이로 등과의 연계운항으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중동노선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울∼이스탄불노선을 반드시 배분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이 중동노선을 100% 독점하고 있는데 이스탄불노선마저 대한항공에 배분할 경우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중동지역에 취항도시가 하나도 없는 아시아나로서는 중동노선의 교두보확보차원에서 도저히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두 항공사의 이같은 팽팽한 대립속에서 칼자루를 쥔 건교부는 두 항공사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다. 건교부가 이처럼 노선배분을 미루고 있는 것은 섣불리 직권으로 노선배분을 했다가 한쪽이 반발할 경우 그 후유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는 또 건교부가 국제선 노선배분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국적항공사 경쟁력강화지침」을 둘러싸고 역시 「머리터지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7월 건교부의 「경쟁력강화지침」이 『대한항공의 기득권을 보호해주고 아시아나 항공의 신규노선취항을 막는 독소조항』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탄원서를 내 선제공격을 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쟁력강화지침 중 문제삼은 것은 「대항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국제선노선 중 중단거리는 연간 승객이 18만명, 장거리는 21만명을 넘어야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할 수 있다」는 복수취항기준.아시아나항공이 노선배분권이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건교부를 자극하면서까지 복수취항기준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한항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유럽노선의 추가취항을 원하기 때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서울∼로스앤젤레스, 서울∼프랑크푸르트노선은 거리가 거의 같지만 요금은 프랑크푸르트노선이 두배정도로 높아 영업측면에서 유럽노선의 취항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항항공은 국적항공사의 경쟁력확보차원에서 현재의 복수취항제한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장거리노선의 경우 1국가 1국적항공사원칙으로 정부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두 항공사의 장거리취항을 전면허용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속에서 공정거래위가 지난 7월31일 『항공사간의 경쟁촉진을 통한 경쟁력강화 및 소비자 편익증진차원에서 「국적항공사 경쟁력강화지침」중 복수취항기준 등을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하라』고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건교부를 어려운 처지로 몰아 넣고 있다. 두 항공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얻는 이점도 적지 않다. 특히 영업이나 국익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두 항공사의 연간 매출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한항공은 지난88년 1조5천4백20억원에서 95년에는 3조4천7백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도 88년 2억원에서 95년엔 9천3백60억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실제 두 항공사는 경쟁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손을 잡고 공동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금년 중 착공할 양양국제공항 여객터미널 건설공사에 두 항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65대35의 투자지분으로 참여키로 한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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