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양길 탄광의 매몰참사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석탄산업 사양화로 광원들의 생계는 물론 지역경제마저 위축된 가운데 막장에서 석탄을 캐던 광원 15명이 매몰, 사망자가 속출하는 사고가 났다. 지난 90년 이후 아홉번째 탄광사고며 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 사고로는 세번째다. 통보광업소에서는 지난 93년과 95년에도 지하수 누출로 갱도와 막장이 무너져 각각 5명과 4명의 광원이 목숨을 잃었다. 안전관리 소홀이 빚은 참변의 연속이다. 한 광업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몇년사이에 세번씩이나 되풀이된 것은 재해무방비와 인명경시 풍조탓이다. 탄광 갱도안에서의 지하수 누출로 인한 매몰사고는 가스사고와 함께 가장 자주 일어나는 참사로 사전 안전조치가 필수적이다. 채탄작업전에 출수탐지를 위해 구멍을 뚫어보는 천공작업과 갱의 일부를 지주로 막는 칸막이 작업같은 가장 기본적인 보안규정만 지켰어도 불의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채산성이 맞지 않아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광업계에 현대화된 안전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보안규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영상의 어려움과 안전의 문제는 별개다.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해서 안전을 소홀히할 수는 없다. 또한 뜻하지 않은 참사가 발생하면 경영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매몰광원의 구출노력이다. 구조발굴작업이 철야로 진행되고 있지만 신속과 안전이야말로 구조작전의 생명이다. 갱도에 갇힌 광원들의 생사여부를 속단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구조전문요원과 장비의 부족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미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한다. 석탄산업합리화시책에 따라 대부분의 탄광이 폐광조치됐다. 88년 3백47개소였던 것이 현재는 11개소만 남았고 광원도 6만2천명에서 1만1천명으로 줄었다. 생산량도 최고 2천4백만t에서 5백만t수준으로 격감했다. 석탄산업이 사양산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총에너지소비량의 18.7%를 석탄이 차지하고 있고 그중 7.7%는 국내생산으로 충당한다. 아직 연탄을 쓰는 집도 83만가구에 이른다. 석유 및 가스 등의 국제수급이 큰 차질을 빚는다든지 엄청난 에너지파동 등 최악의 상황에는 유일한 에너지 부존자원인 석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부존매장량 15억t에 가채(可採)매장량만도 6억8천만t에 이르러 앞으로 수십년을 쓸 수 있는 에너지자원을 그대로 버릴 것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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