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기업 국제변호사 확보 급하다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함께 세계 경제는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 및 경영자문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인식이 부족하다. 첫째로 우리 기업들은 국제변호사나 전문 경영자문팀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자문료를 들여가며 외국회사에 투자자문이나 법률분석 등을 의뢰하느라 외화를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국내에 국제변호사가 모자라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즉 외국의 대형회사에 의뢰하면 무조건 안전하리라는 환상이 그것이다. 회사규모가 클수록 여러명이 자문하리라는 인식은 잘못이다. 아무리 대형회사라도 담당자는 결국 한사람이고 더욱이 그가 의뢰받은 많은 사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모 재벌기업이 미국 최대의 법률회사를 선임해 소송에 임했지만 결국 패배한 예도 있다.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연간이윤을 고스란히 자문료로 날린 셈이 됐고 이는 당연히 국가적 손실과 직결된다. 유사한 사례가 많지만 기업들은 대체로 이를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둘째로 문제해결 대책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국제거래에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요구된다. 우리 기업들은 사내에 국제변호사를 두지 않아 협상전력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화로 지불하는 자문료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우수한 국제변호사를 여럿 확보할 수 있다. 더구나 협상과정에서도 국익을 우선시하고 소속기업의 전문성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게 마련이니 효율성에서 비교가 안된다. 셋째로 외국회사에 자문을 의뢰하면 기업 비밀이 누설될 가능성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중요한 기밀이 경쟁회사에 새어 들어간다고 해 보라. 물론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이 있지만 위배해도 사실상 입증하기란 힘들다. 특히 법률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인 만큼 자국의 다른 법률회사가 수임하지 않으리라는 건 자명하다. 나라마다 정보누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쟁력은 정보에 의해 좌우되는데 언제까지 해외자문에만 의존할 것인지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대륙법과 영미법 체계를 섭렵한 국제변호사가 많고 또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들도 정보보호 통상전력강화 외화유출방지 등을 위해 국제변호사를 확보해야 한다. 냉정한 국제 경제전쟁에서 밀려나서는 안된다. 김 영 기 <한국통신 국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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