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파업은 안된다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사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오는 16일로 새노동법반대 총파업일정을 잡아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3일 오후 4시간의 시한부파업에 이어 1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벌써 새 노동법 반대시위가 서울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이에 맞서 경제단체와 검찰은 법대로 강경대응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바탕의 격돌과 진통이 임박한 분위기다. 그러나 격돌은 피해야 한다. 총파업도 그만둬야 한다. 그 첫째 이유는 노동법개정과 노사관계의 새 전환이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회생을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고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안대로 노동법을 고쳐 정리해고제와 대체근로제 변형근로제 등을 도입할 경우 단기적으로 고용불안이 뒤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지금 대외경쟁력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에 법을 고쳐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지 않고는 기업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기업이 쓰러지면 오히려 고용불안이 장기화하고 사회전체가 안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이번 노동법개정은 시대적 요구다. 우리는 지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라 국내 법제를 국제규범과 기준에 맞게 고쳐야 할 입장에 있고 한편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 무한경쟁시대에 맞게 경쟁력있는 고부가가치구조로 산업을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동법개정은 이러한 전환기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구조개혁이다. 근본적으로 노동법개정에 반대하는 쟁의는 인정되어 있지 않으며 더더욱 기업별 노조가 연대한 총파업은 원천적으로 불법행위다. 셋째, 이번 노동법개정은 국회의 입법사항이다. 국회의 입법정책과 입법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테두리안에서 해야 한다. 정부가 오는 1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실력행사를 통해 법개정 반대의사를 밝히는 것은 민주정치에 어긋나는 것이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새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외노동단체인 민노총도 법을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는 합법단체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두 상급 노동단체가 물리적 투쟁을 통해 서로 다투어 세력을 과시하려 한다면 노동계의 앞날을 위해 크게 불행한 일이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총파업을 세(勢)과시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두 노동단체는 지금부터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의의 경쟁양식을 몸에 익혀야 한다. 힘부터 앞세우는 투쟁방식은 노사관계 악화와 사회적 혼란 등 더 큰 불행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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