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종하외무의 언론觀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6일 열린 국회 통일외무위에서 柳宗夏(유종하)외무장관이 보인 언행은 참으로 보기 민망했다. 유장관은 「잠수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 정책이 지난달 24일 마닐라 韓美(한미)정상회담에서 크게 완화된데 대해 『사실은 정책이 변하지 않았는데 정책이 수정된 것처럼 비친 것은 전적으로 언론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상회담이 있기 전 뉴욕타임스지의 「한국정부는 미국의 두통거리」라는 기사에 우리 언론들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이 끝난 후 외무장관과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기자들에게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누누이 설명했지만 대통령 기사만 크게 다루는 언론의 속성 때문에 전달이 잘 안됐다』고 덧붙였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밝힌 정책노선이 『4자회담을 여전히 지지하나 북한이 먼저 사과한 후에 가능하다』(11월10일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4자회담에 나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도 좋다』(11월28일 기자간담회)로 바뀐 것은 너무나 명명백백한 공지의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을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아예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유장관의 「강변(强辯)」이 계속되자 의원 취재기자들은 물론 자신의 부하인 외무부실무자들까지도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유장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한술 더떠 대통령을 향한 낯간지러운 충성 발언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야당의원들이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이 너무 헤픈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유장관은 『대통령께서는 북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종합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의 판단은 항상 옳다』고 반박했다. 유장관의 「해바라기성 발언」을 듣다 못한 朴寬用(박관용·신한국당)위원장이 나서 『그쯤하고 넘어가라』고 제지하자 회의장 곳곳에서 실소와 함께 『우리 외교의 앞날이 정말 걱정된다』는 수군거림이 터져나왔다. 박 제 균<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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