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새 외교안보팀의 과제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1세기 세계 질서를 준비할 집권 제2기 외교안보팀을 인선했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을 제외한 다른 각료급 인사들은 상원인준 절차가 남아있으나 내년초 취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국무장관에 여성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대사를, 국방부장관에는 공화당원인 윌리엄 코언상원의원을 지명하는 등 폭넓은 인선으로 여권(女權)단체나 의회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의 새 외교안보팀은 냉전체제 붕괴이후 급변한 국제사회를 안정시키면서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다음 세기를 준비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유일한 초 강대국 미국의 역할은 앞으로 한층 막중해 질 것이며 안보팀은 그 역할 수행을 전담해야 할 입장이다. 당장 그들은 한반도 문제를 비롯, 중동평화와 보스니아 문제, 아프리카의 인종분규 등 지역 문제들에 손을 대야하고 핵확산금지나 통상문제 등 세계적인 현안도 해결해 가야 한다. 새 외교 안보팀이 처리해야 할 당면 문제는 무엇보다 끊임없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려는 나라들과의 양자관계다. 중국은 미국의 경고에도 아랑곳 없이 첨단무기를 개발, 제삼국에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국제분규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로 세(勢)규합을 꾀하고 양국간 통상관계에서도 공공연히 도전하고 있다. 항상 무역분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일본과는 안보문제에 관한한 어떤 상황이 와도 결속을 다져야 할 입장이고 러시아 내정(內政)의 불안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건강문제와 더불어 클린턴 행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의 사활이 걸린 한반도문제 역시 새 외교안보팀의 최우선 현안이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구조에 순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북한 연착륙(軟着陸) 정책을 기조로 제네바 핵합의 이행과 4자회담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이 한국의 이해와 근본적으로 상충된 것은 아니나 동해 무장간첩 침투 등 중요한 사건 때마다 공조관계에 잡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새 외교팀은 북한과의 접촉에서 한국측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잡음없는 공조관계를 유지하는 길이며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길이다. 올브라이트대사나 코언의원 그리고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샌디 버거 현(現) 안보담당 부보좌관 등은 모두가 외교안보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이다. 클린턴대통령은 현재의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그 노선에 따라 인선을 한 만큼 큰 정책적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새 외교팀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다음 세기를 준비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더욱 적극적으로 세계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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