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외국학생을 내아이처럼』어머니회 봉사활발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0시 55분


어느날 아침 독일 유치원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작은애를 준비시켜 유치원에 데리고 갔다. 하지만 유치원 앞에서 만난 B네 엄마가 전해주는 말은 『유치원에 갔더니 아무도 없고 문도 닫혀 있더라』는 것. 둘이 함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길에 J네 엄마를 만났다. J네 엄마에게 사정을 설명해주고 세사람은 왜 문이 닫혔는지도 모르는 채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있다 옆집에 사는 Y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일이 있어 유치원에 못보냈는데 혹시 선생님 전달사항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은 독일 유치원 휴일이었다. 이미 공지가 된 사항인데도 한국엄마들은 한결같이 모르고 애들을 재촉해 유치원에 다녀온 것이다. 외국생활에서 자주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보내오는 전달사항을 애들이 엄마한테 제대로 전해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전화를 해도 현지언어에 서툰 엄마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하기야 물이 먹고 싶어도 말을 못해 꾹 참고 있다가 집에 와 울면서 물을 먹는 아이들이니…. 낯선 이국땅에서 쉽지 않은 학부모 생활이지만 현지 사람들의 정겨움은 이런 어려움을 덜어준다. 같은 반 독일아이들 어머니회에서는 외국 어린이들을 한명씩 맡아 하루 한시간씩 독일어 지도를 해준다. 물론 무료봉사다. 동급생들을 따라갈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맡아서 과외를 해준다. 동네에 「꼬마 국제화 클럽」이라는 게 있다. 어린이들이 돌아가며 자기나라 풍습이나 독특한 놀이를 자랑하는 모임이다. 이 클럽의 운영도 학부모중 한분이 맡고 있다. 역시 무료봉사다. 한달에 두번씩 만나는 이 클럽에서 우리 애들은 한국의 붓글씨 제기차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애들이 한국놀이를 자랑할 때마다 그 학부모는 애들에게 50마르크(2만7천원)씩을 주었다. 재미있는 독일 학부모 생활이다. 김 평 희(프랑크푸르트 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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