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교수간첩 「깐수」의 전향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34분


무하마드 깐수라는 아랍계교수로 위장해 간첩활동을 했던 전 단국대교수 鄭守一씨. 13일 서울지법에 낸 그의 반성문은 전향을 결심하는 과정의 인간적인 고뇌를 솔직히 표현했다. 그는 특히 전향이 「북에 있는 가족들을 졸지에 고통속으로 밀어넣는 비정의 작태」라며 고민했다 ▼작년 12월 남편 최세웅씨와 함께 서울로 귀순한 북한의 「기쁨조 출신」신영희씨는 최근 그의 저서 「진달래꽃 필때까지」에서 모란봉 안무가 박광숙지도원의 남편이 바로 이번에 전향한 鄭씨라고 밝혔다. 한번은 신혼초 남파됐던 鄭씨가 다시 월북, 검은 안경을 끼고 몰래 공연장객석에 앉아있어 부인 박씨가 놀라 기절까지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에는 부인 박씨와 세 딸이 있지만 그러나 鄭씨는 「이쪽 저쪽의 이중적 고려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나 석연하게 일변도인 전향의 길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편지지 석장에 또박 또박 쓴 반성문은 그가 한국에 10여년 살면서 만난 부인 윤모씨 그리고 학교주변 사람들에 대한 은혜를 잊지 않으면서 속죄와 봉사 보답을 하기 위해 전향한다고 밝혔다. 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생명력을 인지했고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로서 인생의 새출발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전향은 국가의 강제력에 의한 경우도 있으나 그는 스스로의 판단과 결단에 의해 사상적으로 마음을 돌린 사람으로 보인다 ▼공산주의는 이미 퇴락한 이념이 됐으나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그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금도 20여명의 미전향 장기수들이 복역중이고 출옥한 후에도 전향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평생 감옥생활을 하며 키워온 사상적 집착과 북에 둔 가족들 걱정이 겹쳤기 때문일까. 그들에게도 鄭씨처럼 좀더 적극적으로 자유세계를 체험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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