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과소비풍조 바로잡을 때다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28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규모는 세계 12위 수준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를 넘었다고 해도 세계 32위에 머물러 있다. 한마디로 한국은 부자나라도 아니고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결코 잘사는 국민이 아니다. 더구나 최근 경제가 큰 어려움에 부닥쳐 성장 국제수지 물가 외채 어느것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 내년 경기전망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이같은 실정에서 지난 5년간 우리나라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13.6%로 일본의 1.1%에 비해 무려 12배에 이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91∼95년 5개년간 한국의 도시가계연보와 일본 가계조사연보를 조사, 발표한 한일 가계의 소비지출행태 비교자료분석 결과다. 물론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든 일본과 소비지출 증가율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이긴 하지만 소비지출 증가율이 GNP성장률을 크게 웃돌며 두자릿수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소비구조면에서도 한국은 기본적 소비지출보다는 자가용 고급화에 따른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 그리고 외식비 유흥오락비 등 선택적 소비지출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가는 곳마다 먹자 골목이 번성하고 있는 것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고소득층이 소비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소비구조의 전형이다 ▼한국의 현시적 과소비풍조는 70년대 개발과정과 80년대 부동산 붐을 타고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긴 졸부들이 앞장서 부추긴 데서 비롯됐다. 90년대는 이같은 소비구조가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소득은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면서도 큰 것, 비싼 것, 화려한 것만 찾는 과소비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사회에 만연된 이같은 과소비풍조를 바로잡지 않고는 경제회생이나 선진국 따라잡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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