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테러」대비책 급하다

  • 입력 1996년 10월 25일 20시 47분


2년전인 94년10월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대우 상주대표로 근무하던 강대현박사가 테러분자의 흉탄에 맞아 유명을 달리했다. 강박사는 프랑스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대우에 입사, 유럽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대한 기업진출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탁월한 능력뿐만 아니라 인격이 원만하고 대인관계에 능한 국제신사였기에 너무도 애석한 일이었다. 알제리에서는 지난 92년 대통령 사임을 계기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정부에 대항해 무력투쟁을 벌였다. 95년의 대통령선거 때까지 수만명이 살해될 정도로 참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국내분쟁이면서도 유독 외국인을 노리는 테러가 빈번해 현지에 나가 있던 서방외교관과 선교사 및 외국기업 종사자들만 60명이상이나 목숨을 잃었다. 테러는 비단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다. 최근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여러 목적으로 테러가 자행됐다. 옴진리교에 의한 일본 지하철 독가스 살포,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맨해튼터널 폭파사건을 비롯한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와 올림픽기간 중 애틀랜타 시내 폭발사건, 이스라엘 라빈총리의 피살, 영국 아일랜드 분리독립파들의 폭탄테러, 프랑스 파리에서의 잇단 폭발사건 등 수 없이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80년 주이탈리아대사관 구송모노무관 납치미수, 82년 주우간다대사관 최재근 서기관 피격, 86년 주대만대표부 이수존 서기관 피습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중국 연길의 박병헌 기아기술훈련원장이 피살되고 스리랑카의 우리 기업 사무실이폭파된사건도있었다. 이처럼 가공스런 테러가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설마 나는 괜찮겠지』하고 강건너 불보듯 해온게 우리의 인식이다. 그러나 테러는 바로 우리 코앞에 다가섰다. 이달초에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최덕근 영사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젠 우리 신변 가까이에까지 테러리즘이 접근했다는 증거다. 물론 테러리즘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행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죄없는 일반시민이 대량으로 학살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문제가 크다. 우리 주변에도 이슬람 원리주의와 북한 공산주의 등 각종 테러가 유형 무형의 위협을 던지고 있다. 개개인이 국내외에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테러리즘에 희생되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특히 정부당국은 이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유종현:외교안보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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