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이강인에 일침…“동양적 인간관계는 우리의 무기”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9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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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못한 이강인 부모와 나도 회초리 맞아야”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물의를 일으킨 이강인(파리생제르맹)에게 일침을 가했다.

차 전 감독은 29일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서 이강인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강인이 자란 유럽 축구에서는 선후배 개념이 없다고 설명했다. 차 전 감독은 선수가 감독에게 대드는 것이 일상이라며 “선배와 후배, 어른이라는 개념 같은 게 없는 그곳에서는 동료들과 다투고 선수가 감독에게 거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차 전 감독은 어린 나이에 유럽에 진출한 이강인 같은 한국 축구 선수들이 그런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동서양 문화의 큰 차이에 세대 간의 갈등까지 더해진 매우 어렵고 중요한 시기”라며 “어른들은 물론이고 함께 뛰는 선배들조차 후배들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게 됐다”고 짚었다.

차 전 감독은 그래도 자신과 박지성 등이 유럽 무대에서 성공한 데는 동양적인 윤리관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적인 겸손과 희생이, 혹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이 자칫 촌스럽고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동양적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무기이고 자산이다. 우리 박지성 선수가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서 사랑받고 그의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또한 저의 비결이기도 하다. 이런 소중한 무기를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냐”고 꼬집었다.

차 전 감독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3살의 이강인 선수가 세상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크게 놀랐을 것”이라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그런 일이 우리 팬들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을 가르치지 못한 이강인의 부모님들, 그리고 뻔히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려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 마땅하다”며 “손흥민 같은 주장이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차 전 감독은 그러면서 축구 유망주 부모들에게 자녀들의 인성부터 바로잡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제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의 품위 있는 성공,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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