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FA 계약 후 부진에도 ‘기립박수’ 보낸 팬들에…터너 “고마워요, 필리” 전광판 광고로 감사[라커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8일 13시 06분


코멘트
트레이 터너는 캔자스시티와 맞붙은 안방 3연전 내내 자신에게 기립박수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시내 대형 전광판 12곳을 빌려 “고마워요, 필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트위터 캡처


트레이 터너(30·필라델피아)가 부진했던 자신에게 사흘 내내 기립박수를 보내준 안방 팬들에게 지역 전광판을 빌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팀 가운데 극성팬이 많기로 유명하다. 일부 선수들은 “필라델피아는 팬들 때문에 야구 하기 힘든 곳”이라 평하기도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11년 3억 달러 계약을 맺고 필라델피아에 압류한 터너 역시 개막 후 ‘커리어 로우’에 가까운 성적을 내면서 홈팬들의 야유를 자주 들어야 했다.

평소 터너의 경기내용에 대해 일일이 냉정한 피드백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터너의 어머니조차 아들의 플레이에 야유를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터너는 5일 경기 전까지 타율 0.235, 출루율 0.290, 장타율 0.368에 그쳤다.

다만 패배 후 인터뷰 때마다 극심한 자책감을 드러냈던 터너를 위해 필라델피아 팬들은 야유 대신 ‘작은 친절’을 베풀기로 했다.

5~7일 캔자스시티와 맞붙는 안방 3연전을 앞두고 ‘이번만큼은 터너에게 기립박수 응원을 보내자’는 의견이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터너의 첫 타석, 모두 일어선 관중들

켄자스시티와의 안방 3연전 중 첫 경기였던 5일 경기에서 2회말 터너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필라델피아 홈팬들이 모두 일어서 환호하고 있다. NBC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3연전 중 첫 경기. 필라델피아가 2-0으로 앞선 2회말 주자 2루 상황에서 터너가 타석에 들어서자 필라델피아 팬들은 환호하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터너는 첫 두 타석은 범타로 물러났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적시타를 쳐내며 3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을 끊어냈다.

이날만큼은 터너의 어머니도 냉정함을 잠시 내려놨다. 터너는 “어머니가 첫 타석 때부터 눈물이 터지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팬들의 환호에 응답한 터너의 3점 역전 홈런

6일 기립박수 응원 이틀차에 터진 터너의 3점 홈런. 필라델피아 공식 트위터


다만 첫 경기에서 팀이 5-7로 패하는 바람에 터너는 팬들의 환호를 온전히 즐길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홈런으로 팬들의 응원에 제대로 된 ‘응답’을 보냈다.

터너는 5-6으로 뒤진 6회말 역전 3점 홈런을 날렸다. 지난달 9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터진 시즌 11호 포였다.

홈런 후 더그아웃에 돌아온 뒤에도 계속된 홈 팬들의 ‘커튼콜’ 환호에 다시 밖으로 나가 팬들에게 인사하는 터너. 필라델피아 트위터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터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롭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은 더그아웃 바깥쪽을 고개로 가리켰다.

바깥으로 나가 환호하는 팬들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하는 ‘커튼콜’을 하라는 뜻이었다.

터너는 올 시즌 OPS(출루율+장타율) 0.669로 리그 유격수 중 12위다.

그러나 홈팬들이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준 3연전 동안에는 12타수 4안타(2루타 2개), 1홈런, 5타점으로 날아다녔다.

팬들의 커튼콜에 인사하고 있는 터너. 필라델피아=AP 뉴시스


이후 지역 광고판 12개를 빌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터너는 “경기장에서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물론 인터뷰에서 감사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뭔가 더 보답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어렸을 때는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크게 못 한다. 꿈을 꾸는 것 같고 야구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2019년 13년 3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필라델피아에 합류했던 ‘대형 계약 선배’ 브라이스 하퍼(31)는 “터너가 팬들이, 또 우리가 늘 뒤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을 멋진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너뿐 아니라 우리도 팀으로서 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응원해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