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트한 S존, 만점 활용한 두산 타자들의 선구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24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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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왼쪽)-오재원.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환(왼쪽)-오재원.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격돌한 올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선 1·2차전 연속 9회말 끝내기 승리로 희비가 갈렸다. KS 최초 2연속경기 끝내기 승리를 거둔 두산의 우승 기운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한층 더 무르익고 있다.

1·2차전 9회말 상황을 좀더 면밀히 되짚어보면 스트라이크(S)존을 좁힌 두산 타자들의 선구안이 돋보인다. 반대로 포스트시즌이면 늘 두드러지는 구심의 타이트한 S존을 파고들지 못한 키움 마무리 오주원의 아쉬운 투구는 대조적이다. 1·2차전 승패의 분수령이나 다름없었다.

22일 1차전 9회말 1사 1·2루 김재환, 23일 2차전 9회말 무사 1루 오재원 타석에서 오주원은 각각 볼넷과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끝내기 상황을 자초했다. 이틀 연속 좌타자를 상대로 S존 바깥쪽 낮은 모서리 부분으로 예리한 직구를 집중적으로 찔러 넣었으나, 구심의 팔은 끝내 올라가지 않은 탓이다.

분명 억울할 법한 장면이다. 오주원이 우투수도 아닌 쓰리쿼터 유형의 좌투수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구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아직까지는 신성불가침 같은 영역임을 고려하면 피칭 전략을 수정하는 편이 더 유효적절했을지 모른다. 타깃을 S존 몸쪽 상단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반면 가을야구를 치르는 구심의 성향에 익숙한 두산 타자들은 냉정하게 좁은 S존을 활용했다. 김재환도, 오재원도 바깥쪽 낮은 코스는 사실상 버린 뒤 침착히 원하는 공을 기다렸다. 그 결과가 볼넷과 2루타였다.

이는 KS 2차전 양 팀 타자들의 타격을 분석한 스포츠투아이의 타구추적시스템(HTS)으로도 확인된다. 키움에 비해 두산 타선이 더 S존 공략에 집중했음이 드러난다.

S존을 통과한 공을 기준으로 두산은 25타수 9안타(타율 0.360), 키움은 20타수 6안타(타율 0.300)를 기록했다. S존을 벗어난 공에는 두산이 7타수 무안타, 키움이 12타수 3안타(타율 0.250)였다. 양 팀 똑같이 32타수인데, S존 안과 밖을 공략한 수치에서 적잖은 차이가 발견된다.

요약하자면 두산 타자들은 S존에 집중해 공략을 시도했고, 전리품 또한 만족스러웠다. 키움 타자들은 S존 통과 여부를 떠나 스윙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투수의 시각에서 보자면 두산 타자들이 훨씬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심판마다 성향은 제각각이지만, 남은 경기에서 S존이 갑자기 넓어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키움으로선 투수든 타자든 적응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일지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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