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평창] 응원석 곳곳에 포진한 북녀들 “우리는 하나” 붕어빵 응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12일 05시 45분


“그래도 잘했다!”. 세계인의 관심을 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데뷔전은 강호 스위스를 만나 대패로 끝났지만 남북 응원단의 하나된 목소리만큼은 빙판을 녹일 만큼 뜨거웠다. 사진은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는 북한 응원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도 잘했다!”. 세계인의 관심을 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데뷔전은 강호 스위스를 만나 대패로 끝났지만 남북 응원단의 하나된 목소리만큼은 빙판을 녹일 만큼 뜨거웠다. 사진은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는 북한 응원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스위스전

들소같은 스위스에 온몸으로 맞선 단일팀
북한응원단 이번엔 여기저기 나눠서 응원
카드섹션 등 집단액션에 관중들은 구경만


슈팅수 8-52, 골 0-8.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싸움이었다. 그들은 거친데다가 완강했고, 단일팀 플레이는 순진한 데다가 몸이 잔뜩 얼어있었다. 세계 6위 스위스 선수들은 마치 얼음판 위를 미친 들소처럼 뛰어다녔다. 애초 단일팀의 체구(평균 160cm-58kg)야 스위스 선수들(168cm-63kg)에게 밀린다고 쳐도, 스틱을 놀리는 기술조차 그렇게 현격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일대일 퍽 다툼의 승자는 대부분 스위스선수들 차지였다. 단일팀은 경기 내내 몸싸움에서 번번이 밀렸고, 스피드에서도 그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싸움…“얘들아, 그래도 잘했다”

스위스 팀은 마이너페널티(가벼운 반칙)로 2분간 퇴장을 6번이나 당했다. 전체 3피리어드 60분 중 12분을 선수 1명이 부족한 상태로 뛴 것이다. 물론 단일팀도 3번의 마이너페널티로 총 6분 동안 숏핸디드(수적 열세) 상황에서 게임을 했다. 한마디로 단일팀은 스위스보다 6분이나 더 수적 우위(파워 플레이)에서 골 기회를 가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위스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급조 단일팀’ 논란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한국만의 팀이든, 3명의 북한선수가 섞인 팀이든, 스위스와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다. 북한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 정수현은 2라인에서 총 17분38초를 뛰었고, 북한의 또 다른 공격수 김은향은 3라인에서 7분14초, 북한의 수비수 황충금은 4라인에서 7분49초를 소화했다. 이들이 짧은 시간에 팀에 녹아들기에는 다소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합류로 팀워크에 문제가 생겨 스코어가 그렇게 크게 벌어졌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대표팀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이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벼락치기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은 사전에나 있을 뿐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위스전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위스전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6000석 매진됐는데 빈자리가 상당수, 왜?


10일 여자아이스하키가 열린 강릉 관동하키센터. 겨울밤바람은 제법 맵찼지만 관중들은 질서 있게 하나둘 검색대를 통과했다. 경기장 입구엔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는 개성공단 사업가들의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한편에선 어느 중년 사나이가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분단의 원흉’이라는 ‘글씨 판’에 작은 태극기와 인공기를 달고 통일을 외쳐대고 있었고, 그 주위엔 외국방송카메라기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간혹 암표상들의 ‘입장권 있어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날 경기 입장객은 3501명. 6000석의 표가 모두 팔렸지만 관중석 곳곳엔 빈자리가 쉽게 들어왔다. 표구하기 전쟁이라던 단일팀 경기에 상당수가 ‘노쇼’를 한 것. 아쉬웠던 장면이었다.

북한 미녀응원단의 자리배치가 이채로웠다. 경기장 곳곳에 2열 횡대로 30여 명씩 앉아 사방에서 응원을 펼쳤다. 문재인대통령 내외의 본부석 바로 아래에 2개팀 60여명, 본부석 앞쪽 전면에 3개팀 90여명, 그리고 본부석 양 코너에 1개 팀씩 8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예전엔 한곳에 전체가 앉아 한목소리를 냈던 거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들의 응원소리는 관중들의 탄성에 쉽게 파묻혀버렸다.

김화성 스포츠칼럼니스트.
김화성 스포츠칼럼니스트.

● “우리는 하나” “힘내라”…베일 벗은 북한응원단

북한 응원단은 간간이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우리는 하나다!” “힘내라” 구호를 외쳤고, 한반도기를 일사불란하게 흔들었다. 어쩌다가 ‘고향의 봄’ 등 우리 귀에 친숙한 노래도 섞어 불렀다. 하지만 관중들의 호응은 낮았다. 북한응원단이 파도타기를 해도 눈길만 줄뿐 따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흥겨운 랩이나 힙합리듬이 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돋웠다. 1피리어드가 끝난 후 15분의 휴식시간에 인기 아이돌 스타 다이나믹 듀오의 힙합공연이 펼쳐지자 열광적으로 호응한 것이 그 좋은 예. 강릉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한 40대 시민은 “카드섹션 같은 집단적이고 기계적인 몸짓이나 응원은 이제 우리에겐 영 안 맞는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좀 이상스럽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김화성 스포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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