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식당 기미상궁은 나” “나는 감염병 침투 막는 방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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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23]평창 안전보건 지킴이 2人
88올림픽때부터 검식 맡은 김형준 식약처 서기관 “식중독 걸려 메달 놓치는 일 없게… 3명이 동시검사”
인천공항서 90개국 35만명 감시 강도현 검역관 “해외 감염병 국내 발도 못 붙이게 할것… AI 요주의”

김형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기관
김형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기관
15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동 올림픽선수촌 식당. 조리실 오븐에서 갓 나온 닭가슴살에 김형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기관(57)이 전자온도계를 찔러 넣었다. 88도로 합격이었다. 생닭에 혹시 있을지 모를 식중독균을 없애려면 중심 온도가 74도 이상이 돼야 한다. 김 서기관은 “선수가 식중독에 걸려 경기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검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서기관은 평창 겨울올림픽 식음료안전관리대책본부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이날 검식관 40여 명과 함께 ‘식음료 안전관리 모의훈련’을 했다.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이 실제로 먹을 음식을 똑같이 만들고, 식중독 검사를 진행했다. 그는 조리된 샐러드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냄새를 맡고 직접 맛을 봤다. 임금이 먹을 음식에 독이 있는지 먼저 맛봤던 ‘기미(氣味) 상궁’과 같은 역할이다.

검식관 3명이 같은 음식을 먹고 만장일치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 통과다. 이런 ‘오감(五感) 검식’은 올림픽 기간에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동 실험실에서 식중독균 오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한 끼당 6개 정도에 불과해 대다수 식재료는 검식관이 직접 맛을 봐 판정할 수밖에 없다.

김 서기관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 검식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등 그가 맡은 국제 행사는 손으로 꼽기 힘들다. 가장 아찔한 기억은 2012년 여수 엑스포 때다. 행사장 내 식당에선 단 1건의 식중독 사고도 없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날 무렵 시내 게장백반집에서 배탈 환자가 여럿 나왔다. 조사 결과 식중독이었다. 해당 음식점은 즉각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평창 올림픽 행사장 내 식당 22곳뿐 아니라 일반 음식점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군과 강릉시 일대의 음식점은 4321곳에 이른다. 이 중 1364곳(31.6%)은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를 쓴다. 식중독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다. 김 서기관은 “규모가 큰 음식점에는 매일 나가 물을 끓여 쓰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2팀장(사진 왼쪽)
강도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2팀장(사진 왼쪽)
선수나 응원단이 몰고 올 수 있는 해외 감염병을 걸러내는 일은 강도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2팀장(57) 등 질병관리본부 소속 검역관들의 몫이다. 평창 올림픽에는 90여 개국에서 선수와 심판, 취재단, 관광객 등 35만여 명이 입국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항 검역소의 발열 감시 카메라에서 이상 징후가 잡히면 해당 여행객의 체온을 다시 잰다. 여기서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격리된다. 또 선수단이 갖고 올 스키 등 장비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도 검사한다.

강 팀장이 가장 촉각을 세우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감염증이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엔 치명적인 AI 바이러스가 없지만 해외에서 유입되면 큰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강 팀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검역관 모두가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강릉=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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