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토종거포, 2018년 홈런시너지 발산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일 05시 30분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고전적 관점에서도, 통계적 관점에서도, 홈런의 가치는 시들지 않는다. 홈런의 매력은 자체가 득점이라는데 있다. 결국 야구는 승리가 목적이다. 이기려면 점수를 뽑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홈런은 가장 효율적인 공격 패턴이다. 홈런타자가 고액 연봉을 받는 개연성은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다.

2010시즌부터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대호(2010년), 최형우(2011년), 박병호(2012~2015년) 그리고 최정(2016~2017년)이었다. 외국인선수는 의외로 희소했다. 2016년 테임즈(당시 NC)가 40홈런을 터뜨려 SK 최정과 공동 1위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2017시즌 이대호의 롯데 컴백에 이어 2018시즌부터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청산하고 넥센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잠실 홈런왕’ 두산 김재환이 있다. 김재환은 투수친화적 잠실을 홈으로 쓰는 불리함 속에서도 2016년 37홈런, 2017년 35홈런을 터뜨렸다. 5명의 홈런타자가 연령적으로 정점에 있을 때,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롯데 이대호(36)

롯데 4번타자 이대호는 2017시즌 34홈런을 터뜨렸다. 일본에서 뛴 2015년 소프트뱅크에서 31홈런을 친 이대호가 KBO리그 개인 커리어에서 2010년(44홈런) 이후 단일시즌 30홈런을 터뜨린 것은 지난해가 두 번째였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임에도, 이대호의 기량이 원숙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대호는 힘만이 아니라 테크닉으로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다. 롯데 타선에서 이대호가 지니는 비중도 2018시즌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민호(삼성행)와 최준석(FA 미계약) 없이 중심타선을 책임질 상황이다. 반면 FA 손아섭이 잔류했고, 또다른 FA 민병헌은 새롭게 가세했다. 이대호 앞에 주자들이 많이 모일 수 있다. 이는 곧 상대팀들의 견제가 극심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대호는 KBO리그 개인통산 300홈런까지 41개가 남았다. 2018시즌에 의미있는 결과를 맺을지도 관심사다.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IA 최형우(35)

최형우의 가장 큰 미덕은 ‘내구성’이다, 2008시즌 후 10년 연속 최소 113경기 이상 출장했다. 30홈런 이상을 터뜨린 시즌만 4차례다. KIA가 2017시즌 우승 멤버를 고스란히 보존한 것도 최형우의 홈런전선에 긍정 재료다. KIA를 만나는 투수들이 ‘최형우만 피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형우의 존재감 덕분에 KIA는 거포형이 아니라 호타준족형 외국인타자(버나디나)를 뽑을 수 있었다. 최형우는 통산 260홈런을 기록 중이다. 2018시즌 첫 40홈런 고지를 돌파하면 통산 300홈런도 정복할 수 있다.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 넥센 박병호(32)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그리고 2015년 53홈런.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거듭 진화했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었던 박병호는 메이저리그(미네소타)로 날아갔다. 그러나 2년의 도전은 미완으로 끝났다. 돌아온 박병호는 KBO리그 홈런왕 판도를 뒤흔들 존재감을 갖췄다. 그러나 그 사이 소속팀 넥센은 홈런친화적인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돔으로 옮겼다. 이 변화에 박병호가 2018시즌 어떻게 적응할지 흥미로운 요소다. 멘탈만 안정된다면, 파워와 커리어 면에서 2018시즌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을 수 있다.

SK 최정. 스포츠동아DB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SK 최정(31)

최정은 2016년 40홈런, 2017년 46홈런으로 2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2015시즌까지 최정은 데뷔 이래 단 한번도 30홈런을 넘지 못했다. 그랬던 선수가 2016년부터 홈런에 눈을 떴다. 최정의 나이를 고려할 때, 더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K의 홈필드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KBO리그에서 가장 타자친화적 공간이다. 또 SK 팀 컬러가 홈런에 방점이 찍히는 환경도 최정에게 유리하다. SK는 지난해 단일시즌 팀 최다인 234개의 홈런 기록을 세웠다. 최정은 2018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재취득한다. 동기부여도 어느 때보다 잘 되어있다.

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DB

● 두산 김재환(30)

김재환은 2015시즌까지 두 자릿수 홈런조차 해보지 못했다. 일약 2016시즌 37홈런을 터뜨리더니, 2017시즌 35홈런으로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김재환은 35개의 홈런 가운데 무려 20홈런을 잠실구장에서 터뜨렸다. 가장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에서 장타를 양산한다. 잠실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조건 속에서도 두산 야구에 홈런의 색깔이 진하게 입혀있는 것은 김재환의 존재감 덕이 작지 않다.

5명의 홈런타자가 빚을 ‘파워게임’은 2018시즌 KBO리그의 강력한 흥행도구로 작동할 터다. 2003년 이승엽(전 삼성, 56홈런)과 심정수(전 현대, 53홈런) 때처럼 ‘홈런시너지’가 발산될 수 있는 큰 그림이 마련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