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크리스마스 대학축구대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5시 45분


지난 6월 진행된 1·2학년 대학축구대회. 사진제공 ㅣ 양구군
지난 6월 진행된 1·2학년 대학축구대회. 사진제공 ㅣ 양구군
2회 제한 규칙을 2회 의무 개최로 해석
한겨울 대회…선수들 기량발휘 어려워


한 해의 마무리 대회인 U리그 왕중왕전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10일. 제14회 1·2학년 대회를 창녕에서 개최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헤드라인 자체로도 놀라운데 본문을 보니 할 말을 잃었다. 한겨울인 12월 24일부터 16일간 진행된다는 것이다. 왕중왕전을 끝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대학들은 다시 대회준비를 하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런 대회가 개최된 것일까. 발단은 올해 7월에 올라온 ‘2017 KUSF 대학 스포츠 운영 규정 및 운영세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규정의 제4절 ‘대회·경기 참가 및 합숙·훈련’의 제64조 ‘방학 중 대회ㆍ경기 참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대학은 단체종목에 관하여는 방학 중에는 원칙적으로 주최·주관하지 않은 대회·경기인 경우에도 운동부 및 학생선수를 참가시킬 수 있다. 다만 방학 중 대회·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횟수는 동계 및 하계 방학기간 중 각 2회에 한한다.”

이 규정에서 핵심은 ‘방학기간 중 각 2회에 한한다’이다. 작년까지 1·2학년들이 참가하는 저학년 대회는 추계대학연맹전을 전후로 두 차례 열렸다. 그러나 바뀐 규정으로는 불가능해진 것이다. 방학 때 열리는 주요 대회들은 한국대학축구연맹이 주최·주관하는 대회이다. 올해 동계 방학 기간 중 춘계대학연맹전이 열렸고, 하계 방학 기간에는 추계대학축구연맹전과 제13회 1·2학년 대회가 진행되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하나의 저학년대회가 올해 겨울로 배정되었다.

규정을 준수하는 대회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했다. 의무도 아닌 저학년 대회를 겨울에 강행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1년 동안 대회를 4회 개최하라는 규정은 없다. KUSF의 세칙도 각 2회로 제한한다고 적혀 있지 2회를 의무로 개최하라는 말이 아니다. 저학년 대회가 필요하지 않은 대회는 아니다. 고학년 선수들이 주전이 될 수밖에 없는 대학축구에서 저학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보장한다. 그러나 저학년대회는 올해 6월 양구에서 이미 진행되었다. 한차례의 대회만으로 의의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추운 운동장으로 내몰린 선수들은 대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창녕군이 동계훈련지로 유명하니까 무리 없다는 의견은 큰 오류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몸을 풀러 오는 선수들과 우승을 위해 뛰는 선수들은 비교불가다. 대회의 일정 역시 대학 선수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연말과 연초는 재정비를 위한 시기다.

기사에 따르면, “많은 선수가 참가함으로써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은 말했다. 대회 기간동안 선수단과 팬들이 소비하는 비용은 창녕군에 조금이나마 도움은 될 수 있다. 그런데 경기를 뛰고, 돈을 쓰는 선수들과 팬들은 얻어 가는 것이 없다. 경험으로 치부하기에는 리스크가 더 크다. 지자체와 대학축구가 윈윈하는 대회가 아닌 지역 경제를 위해 희생하는 대회가 되어버렸다.

홍진녕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richard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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