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슈틸리케 “지금은 히딩크가 와도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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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한국축구의 현실’ 직접 들어보니…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중국 톈진 테다 국제회관에서 한국축구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는 “2002년에 비해 시대가 변했고 같은 성공을 이루기는 어렵다”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와도 한국 축구를 바꿀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널A 제공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중국 톈진 테다 국제회관에서 한국축구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는 “2002년에 비해 시대가 변했고 같은 성공을 이루기는 어렵다”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와도 한국 축구를 바꿀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널A 제공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와도 2002년과 똑같은 성공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실은 바뀌었다. 한국은 2002년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63)이 한국 축구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2014년 9월 부임해 올해 6월까지 2년 9개월 동안 사령탑을 맡았다.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그는 6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에서 2-3으로 패한 뒤 경질됐고 신태용 감독이 그 자리를 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9월 중국 슈퍼리그 톈진 테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4연승을 달리며 강등 위기에 몰렸던 팀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에 대한 한국 팬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그러나 그는 역대 한국 대표팀 감독 가운데 최장수 감독이었다. 그만큼 느낀 점도 많았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26일 톈진 테다 국제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축구협회가 명확한 로드맵과 목표가 없어 어려움에 부딪힐 때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확실한 목표와 비전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목표와 비전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

“축구협회는 장기 계획이 없었다. 2경기, 2개월 이렇게 짧게 본다. 안 좋은 결과가 있을 때 협회는 이와 맞서 싸울 만큼 강하지 못했다. 독일은 지난 20년 동안 대표팀 감독이 단 3명이었다. 한국은 4년 동안 감독이 3번 바뀌었다. 이런 환경에선 일하기 매우 어렵다. 인내심이 필요한데 한국은 인내심이 없었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난 2, 3년 동안 중요한 선수를 많이 잃었다. 소속 클럽에서 뛰지 못했거나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독일처럼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 주요 선수 2, 3명만 잃으면 문제가 생긴다.”

―히딩크 감독 선임 여론이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지금와도 잘할 거라고 보나.

“시대가 변했고 같은 성공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본다. 긍정보다 부정이 크다. 히딩크가 2002년을 어떻게 준비한 줄 아나? 그때는 2명만 해외파였다. 나머지는 주중에 매일 훈련을 같이하고 주말에만 클럽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영국 독일에서 18시간씩 날아와서 이틀만 훈련한다. 2002년과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 한국팀에 리더가 없다는 말이 있다.

“기성용이든 구자철이든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은 긴 시간 비행하고 와서 100% 컨디션으로 경기를 하지 못하고 또 며칠 뒤에 돌아간다. 그런데 아무도 이들을 도와주지 않고 끌어내리려고만 한다.”

―한국에서 아쉬웠던 점은….

“처음에 한국에 갔을 때 내 철학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 코치들은 수비적인 전술을 지향했다. 내 생각은 공을 점유하는 것이었고 한국 코치의 생각은 공을 막는 것이었다. 한국팀은 잘 조직돼 있다. 문제는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유가 주어질 때 어떻게 사용할지 모른다.”

―한국팀의 가장 약한 곳은….

“공격이다. 공격수가 없다. 이동국이 뛴다고 들었다. 그는 38세다. 그게 한국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젊은 공격수가 없다. 한국의 철학은 수비 위주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간 선수 중 대부분이 수비수 아니면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 밖에도 그는 한국팀에 부임할 당시 자신의 코치 2명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1명밖에 데려가지 못했으며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제안으로 신태용 현 감독을 코치로 받아들였다고도 했다. 그는 “신 감독이 나의 축구를 비난하는 데 대해 매우 놀랐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더 침착하게 경기하고 언론이 좀 더 이성적으로 비판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진단이 모두 옳은 건 아니다. 특히 그의 점유율 축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론도 많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날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이 점유율을 높였다고 했지만 그 점유율은 대부분 후방에서 공을 차지하는 수비적인 것이었다”고 반론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의 부진했던 경기력은 여전히 뜨거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쓴소리 중에는 골라 들을 만한 지적도 있다. 특히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로드맵 부족과 얇은 선수층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은 줄곧 들려오던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국 축구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톈진=이범찬 채널A 기자 tiger@donga.com / 이승건 기자
#슈틸리케#거스 히딩크#한국 축구#축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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