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스몰볼과 빅볼 사이, KS 승리의 지름길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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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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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전설적 명장으로 통하는 전 볼티모어 감독 얼 위버는 야구관이 확고했다. ‘투수, 수비 그리고 3점홈런’이 그가 추구하는 야구의 가치였다. 위버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1점만 취하려는 야구는 1점밖에 취하지 못한다.” 그런 맥락에서 위버는 도루, 희생번트, 히트 앤드 런 작전을 경시했다. 위버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동한 감독이었다. 이후 위버의 ‘철학’은 오클랜드의 단장이었던 빌리 빈이 선도한 ‘머니볼’로 계승된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비용 대비 고효율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 한번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머니볼 즉, ‘빅볼’에 대한 반론이 일었다.

단기전에서 이기려면 점수를 제조하는 ‘스몰볼’이 더 유용하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스마트볼’을 선언한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냈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의 LA 에인절스 역시 200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수년 간 강자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그 끝을 알 길 없는 논쟁은 국경을 건너, 그리고 시간을 초월해서 2017시즌 KBO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 통념이 깨지다

전통적으로 KBO리그는 벤치의 개입을 중시해왔다. 강력한 선발진과 계투책을 바탕에 깔고, 선취점을 얻어 주도권을 취하려 했다. 위버가 싫어한 도루, 희생번트, 치고 달리기가 난무했다. 그런데 2017년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를 거치며 과연 이런 야구가 현명한가라는 근본적 의문에 부딪혔다. 롯데-NC의 준PO에서 1이닝에 7점이 터지는 빅이닝이 속출했다. 두산-NC의 PO에서도 만루홈런만 3경기 연속 나왔고, 가장 투수 친화적이라는 잠실에서 2경기 동안 10홈런이 쏟아졌다. PO 4경기에서 승리 팀은 전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핵심 선발과 필승 불펜이 줄줄이 나왔지만 방망이의 승리였다.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에 투수들은 견디지를 못했다. 한국시리즈(KS)에서 마주하는 KIA와 두산은 KBO리그 당대 최강의 선발진을 보유한 팀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서 과연 투수를 믿는 야구를 하는 것이 타당할까?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 타력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이 야구의 격언처럼 통했다. 그러나 2017년 KS에서 이 말을 믿어야할까?

● 어떻게 설계하느냐

결국 KIA 김기태, 두산 김태형 감독이 ‘KS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타고투저의 정도를 가를 듯하다. 두 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은 판이하지만 야구 스타일은 비슷하다. 흐름에 순응하는 쪽이다. 벤치가 개입해 흐름을 만들기보다는 흐름에 편승하는 작전을 선호한다.

그러나 몇 실점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 몇 점을 얻어야 이기느냐는 것을 측정하는 것은 온전히 감독의 몫이다. 도루와 번트에 방점을 찍을지, 주자를 모아놓고 한방을 노릴지를 상황마다 선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움직이는 야구를 할 것인가, 움직이지 않는 야구를 할 것인가의 갈림길이다. KS를 지켜보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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