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포커페이스’ 박치국, 프로 초짜의 생애 첫 우승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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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5시 30분


두산 박치국. 스포츠동아DB
두산 박치국. 스포츠동아DB
2017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60명의 선수 가운데 올해 입단한 순수 신인은 박진태 이정훈(이상 KIA) 김명신 박치국(이상 두산) 등 총 4명이다. 이 가운데 고졸 신인은 박치국(19)이 유일하다.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해부터 KS 무대를 밟을 기회를 얻은 것이다. 프로 첫해 KS를 경험한 선수들은 여럿 있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첫해부터 한 시즌 농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우승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박치국은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 포함돼 벤치에서 4경기를 지켜봤다. 등판 기회는 없었지만, 덕아웃에서 선배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며 많은 것을 깨달은 듯했다. 정규시즌과 다른 공기를 느끼며 우승의 꿈을 키웠단다. “형들 뒤에서 응원하는 게 내 역할이다. 마운드에 올라 잘 던지겠다는 각오보다는 어떻게든 팀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 사격해야 한다. 솔직히 한 경기라도 나가서 던져보고 싶지만, 워낙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PO 무대를 통해 정규시즌과 확 다른 분위기를 실감했다. 무엇보다 우리 팀이 정말 끈끈하게 뭉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치국은 우완 사이드암으로 활용도가 높다. 올해 정규시즌에도 총 103일간 1군에서 버텼고, 데뷔 첫 승도 맛봤다. 21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승1패, 방어율 6.75(32이닝 24자책점)로 눈에 띄진 않았지만 내일을 기대할 만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상대 타자를 피하지 않는 싸움닭 기질은 김태형 감독이 그를 믿고 지켜보는 가장 큰 이유다.

애초 정통파 투수였던 박치국은 중학교 3학년 때 사이드암 투수로 변신했다. 그는 “오버핸드 투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팔이 안 올라가더라. 크게 다친 적도 없다. 팔을 올려서 던지는데도 ‘사이드암 투수 같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중3 때 (사이드암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볼 끝이 지저분하고 더 많이 휜다”는 사이드암의 매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치국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우승이다. ‘데뷔 첫해부터 욕심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알고 보니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 한 번도 소속팀이 우승한 적이 없다. 2016년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대만 타이중)에서도 3위를 했다. 소속팀의 우승을 꼭 경험해보고 싶다.” 처음에는 다소 수줍어하던 박치국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렸다.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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