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앓던 ‘이’ 형님이 뽑는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31일 05시 45분


이란을 상대로 2골을 뽑아낸 이동국(사진 왼쪽)과 대한민국이 이란에게 가장 마지막에 이겼던 대회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했던 구자철. 8월 31일 밤 이들의 움직임과 발끝에서 한국축구의 운명이 결정 난다. 스포츠동아DB
이란을 상대로 2골을 뽑아낸 이동국(사진 왼쪽)과 대한민국이 이란에게 가장 마지막에 이겼던 대회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했던 구자철. 8월 31일 밤 이들의 움직임과 발끝에서 한국축구의 운명이 결정 난다. 스포츠동아DB
오늘 밤 월드컵 본선행 가를 이란전
‘유쾌한 추억’ 이동국·구자철 V출격

이동국 이란전 2골·구자철 주전 맹활약
베테랑 관록의 힘으로 7년만에 설욕 자신
승점 3 확보땐 휘파람 불며 우즈벡 원정길


한국축구의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가늠할 운명의 축구공은 이제 움직인다. 전 국민이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홈 9차전의 정답을 안다.

‘경우의 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승점 3을 챙겨야 한다. 즐기면서, 또는 여유롭게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길에 오르느냐 아니면 최악의 수렁에서 사투를 벌이느냐 여부가 이날의 90분에 달렸다.

만약 우리가 이란을 꺾는다면 2011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 8강전(1-0 승) 이후 7년 만에 이뤄질 복수다. 월드컵 최종예선만을 기준으로 하면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3-0 쾌승 이후 2번째 웃음이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나온 카를로스 케이로스(64·포르투갈) 감독의 ‘주먹감자’같은 불편한 과거사를 굳이 들춰낼 필요는 없다. 지금은 좋은 추억을 떠올리고 흐뭇했던 기억만 되새길 시간이다.

이란에게 유쾌한 추억을 얻은 태극전사들도 있다.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38·전북현대)이 대표적이다.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 평가전 이후 2년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는 아시아 킬러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왔다. 수많은 희생양 가운데 이란도 있었다. 2골을 뽑았다.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당시 이동국.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당시 이동국.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0년 10월 열린 레바논 아시안컵 8강전 때 득점포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2004년 7월 중국 지난에서 펼쳐진 아시안컵 8강 때도 골 맛을 봤다. 난타전 끝에 3-4 패배로 끝났으나 이란에게 이동국은‘성난 사자’다. 현재 신태용 체제에서 이란의 골문을 열어젖힌 유일한 선수다.

신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맏형 역할이 아닌, 실력에서 필요성을 느꼈다”고 선발배경을 설명해준 이동국의 각오도 남다르다. 잠시 멈춘 월드컵 시계를 되돌려야 할 이동국은 “역할을 잘 알고 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실력을 증명하면 된다”고 했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이란이 두렵지만은 않다. 기성용(28·스완지시티)이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 섀도 스트라이커 등 그동안 주로 맡았던 공격 2선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할 그이지만 혼란도 없다.

2010년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구자철(왼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0년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구자철(왼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구자철은 기성용과 카타르 아시안컵 이란전에서 주전으로 뛰었다. 이후 대표팀은 꾸준한 세대교체가 진행됐지만 자리를 지켰다. 당시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김보경(28·가시와 레이솔)∼김신욱(29·전북)∼염기훈(34·수원삼성)도 대표팀 엔트리에 있었지만 필드를 밟은 것은 막판 3분을 뛴 염기훈이 유일하다. 이란전 패배로 주눅이 든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이란을 요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 “기술과 정신력이 중요하다. 많이 뛰고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투지와 열정, 저력을 꼭 증명하고 싶다”는 것이 대표팀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구자철의 의지다.

파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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