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작심발언’에 관한 배구계의 반응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1일 05시 30분


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 스포츠동아DB
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 스포츠동아DB
김연경(29·중국 상하이)의 애칭은 ‘배구여제’다. 여제의 한마디가 미치는 파급력은 고스란히 한국배구의 현실이다.

대표팀 차출 시스템을 겨냥한 ‘김연경 발언’을 접한 배구계 인사이더들의 견해는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첫째 “오직 김연경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둘째 “맥락상 틀린 말이 없다”, 그리고 셋째는 “이재영(21·흥국생명)은 언급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로 집약된다.

첫 번째 반응은 ‘김연경이 오죽했으면 이런 말을 했겠느냐’는 이해다. 김연경은 원활한 대표팀 합류를 위해 중국리그로 이적했을 정도로 ‘태극마크 로열티’가 강하다. 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의 흡입력이 확 떨어지듯, 김연경 없는 대표팀은 흥행과 실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노출한다. 한 배구인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세계 4강이었던 여자배구가 이제 그랑프리대회 B그룹에서 2위 한 것을 두고 잘했다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라고 한탄했다. 김연경마저 없으면 여자배구의 경쟁력은 급전직하다. 한국배구의 현실이 어려울수록 김연경 의존도가 올라가고, 과부하는 심화되는 구조다. 김연경으로선 ‘왜 나만 이런 살인적 스케줄을 감당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두번째 반응은 김연경이 좁게는 대한배구협회, 넓게는 한국배구에 던지는 화두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여자배구의 한정된 선수 풀, 국가대표 차원의 육성전략 부재 등을 김연경이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반박불가에 가까운 ‘팩트폭격’이었다.

그러나 세번째 반응에서는 배구인들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김연경의 의도야 어찌됐든 “이재영이 대표팀에 왔어야 했다”는 말은 휘발성이 컸다. ‘포스트 김연경’으로 주목 받았던 이재영은 어쨌든 심적 내상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김연경이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고 한 말이었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김연경에게 ‘김연경이 갖는 말의 힘’을 알려줄 주위의 누군가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 맞는 말이라도 배구는 결국 팀 스포츠”라는 고언도 있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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