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에선 올해까지 총 36번의 올스타전이 펼쳐졌다. 해마다 열린 별들의 잔치에서 최우수선수(MVP)는 총 33명이 배출됐다. MVP 수상자는 수많은 스타들 속에서 단 한명만 탄생하기 때문에 겹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김용희(1982·1984), 유지현(1997·1999), 이대호(2005·2008)만이 ‘미스터 올스타’ 타이틀을 두 번씩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올해 주인공은 이번에도 새로운 인물이었다.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 MVP는 최정(30·SK)이었다. SK 선수 최초로 올스타전 MVP 트로피를 거머쥐며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08년 한국시리즈 MVP 이후 개인 생애 두 번째 MVP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는 이날 드림올스타 3번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해 ‘소년장사’라는 별명답게 1회와 3회에 홈런 두 방을 잇달아 터뜨렸다. MVP는 일찌감치 정해졌다. 3타수 2안타 3타점 3득점의 맹활약으로 기자단 투표 53표 중 40표를 얻어 별중의 별로 우뚝 올라섰다. 경기 초반에 터진 멀티홈런의 인상은 그만큼 강렬했다.
‘홈런’은 올 시즌 최정을 가장 간단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다. 전반기에만 82경기에 출장해 31개의 홈런을 때렸다. 독보적인 이 부문 단독선두다. 숫자로 계산하면 2.65경기 마다 1개의 홈런을 때린 것인데, 이를 올 시즌 전체로 확대해 계산하면 시즌끝까지 53홈런을 때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휴식일 등 여러 기타 여건을 고려해도 50홈런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팬들의 관심은 최정의 MVP 동시석권으로 쏠린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며 후반기에도 홈런쇼를 벌인다면, 정규시즌 MVP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KBO리그 역사상 한 선수가 같은 해 올스타 MVP와 정규시즌 MVP를 동시에 석권한 경우는 이제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달성시 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직 더 남아있다. 소속팀 SK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MVP 3관왕(올스타·정규시즌·한국시리즈)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최정 자신은 대업을 달성 할 수 있는 조건에도 겸손함을 나타냈다. 올스타전이 끝난 직후 “베스트 12로 뽑혀 뛰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MVP까지 탈 줄 몰랐다. 다른 무엇보다 구단 최초로 올스타 MVP를 받았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시즌 MVP와 관련해서는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성적은 열심히 하다보면 따라오는 것이다. 나 자신보다 팀을 위해 뛰겠다. 홈런보다 타점을 노리는 타자가 되겠다”고 대답했다.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최정의 ‘무심타법’이 그를 KBO리그 역사적 기록의 첫 주인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