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못 넘은 아시아축구 ‘육성이 답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2일 05시 45분


30일 천안종합동장에서 ‘2017 FIFA U-20 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 경기가 열렸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한 뒤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0일 천안종합동장에서 ‘2017 FIFA U-20 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 경기가 열렸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한 뒤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U-20 월드컵 결산 <상>

유럽·남미 기본기 탄탄…유소년 정책 성과
‘유망주 성장 무대’ 대회 접근방식 전환 필요


지구촌 축구 청춘들이 뜨거운 열정을 토해낸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잉글랜드의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전 세계 24개국이 출전해 치열하게 경합한 23일간의 이번 축제는 한국이 단독으로 개최한 국제축구대회 중 가장 규모가 컸다. 2년마다 열리는 U-20 월드컵은 1977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로 출발한 뒤 2007년 캐나다대회부터 지금의 명칭으로 이어져왔다. 성인월드컵 다음으로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만큼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매 경기가 흥미진진했다. 올해 U-20 월드컵을 2차례에 걸쳐 결산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아시아의 성장과 한계
<하>FIFA 대회가 남긴 빛과 그림자

아시아국가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끈 한국은 사력을 다해 ‘죽음의 A조’를 통과했다.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기니, U-20 월드컵 통산 최다인 6회 우승에 빛나는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일본은 우루과이,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쟁한 D조에서 1승1무1패를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 세네갈, 에콰도르와 같은 F조에서 1승1무1패를 마크했다. 비록 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란은 잠비아, 포르투갈, 코스타리카와 묶인 C조에서 1승2패를 올렸다. 베트남은 E조에서 뉴질랜드와 비겨 사상 첫 출전에서 승점을 신고했다.

베트남 U-20 대표팀. 사진제공|FIFA U-20 월드컵 홈페이지
베트남 U-20 대표팀. 사진제공|FIFA U-20 월드컵 홈페이지

그러나 선전은 조별리그에서뿐이었다. 한국, 일본, 사우디는 16강에 올랐지만 힘에 부쳤다. 8강 대진이 완성되자 대륙별 판세가 확연히 갈렸다. 유럽 3개국(잉글랜드·이탈리아·포르투갈), 남미 2개국(우루과이·베네수엘라), 북중미 2개국(미국·멕시코), 아프리카 1개국(잠비아)이 생존하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모두 탈락했다. 4강부터는 유럽과 남미의 대결로 압축됐다.

다른 국가들은 차치하고 한국만 봐도 경쟁국들과 차이가 컸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부터 총력전으로 나섰다. 초반부터 생존과 조기탈락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이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페이스가 떨어졌다. 반면 강호들은 달랐다. 1차전보다는 2차전, 2차전보다는 3차전에서 더 강했다. 개최국 한국의 8강행을 좌절시킨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 1무1패였으나 마지막 3차전에서 승점 3을 확보했다. 이탈리아도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2-2로 비기는 등 고전하다 갈수록 강호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렇듯 쫓기는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본기다. 또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하지만, 유럽과 남미의 유망주들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다수가 대학생이고,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다고 해도 자주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심지어 아마추어 무대에선 저학년이란 이유로 실력과 상관없이 출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U-20 대표팀에 모이면 ‘전진 패스’부터 다시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U-20 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일본 U-20 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전통적 강호들은 철저한 유소년 정책에 따라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U-20 월드컵의 성격도 조금은 달라졌다. 과거 대회가 스타의 등용문이었다면, 최근에는 유소년에서 곧장 성인대표로 ‘월반’하지 못한 떡잎들을 성장시키는 무대로 변모했다.

한 유럽팀 미디어 담당관은 “우리는 최상위 레벨이 아니라 B레벨에서 완성에 가까운 선수들을 데리고 U-20 월드컵에 참가한다. 3개 대회 전(2011년 콜롬비아)부터 축구협회 차원에서 그런 정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우승 타이틀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도 이제 대회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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