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이 강조하는 ‘프로의 자세’ 가운데 하나가 휴식이다. 훈련과 경기 이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진짜 무대에서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여긴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내세운 어린 태극전사들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 ‘복병’ 기니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크게 끌어올렸다.
신 감독 특유의 ‘자율축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선수들은 식사와 훈련, 팀 미팅, 이동 등 공식 스케줄을 제외하면 코칭스태프로부터 전혀 간섭을 받지 않는다. 방에서 무엇을 하든, 숙소 주변에서 시원한 차 한 잔을 나누든 생활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복장부터 하나하나 제약을 받았던 과거 대표팀과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단정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자유분방한 형형색색 헤어스타일에서 변화된 분위기가 새삼 확인된다. 기니전에서 첫 골을 뽑으며 탄성을 자아낸 측면 공격수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옆머리 오른쪽에는 ‘V’가, 왼쪽에는 ‘SW’가 노란빛으로 새겨져 있다. ‘V’는 승리의 줄임 표현이고, ‘SW’는 자신의 이름 영문 이니셜 및 6승(Six Win)의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U-20 대표팀이 6승을 하면 최소한 4강이 보장된다.
본선을 기다리며 미용실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완성시킨 이승우의 머리를 본 신 감독은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했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기왕이면 더 진한 색상으로 하라”고 추가 지시(?)까지 남겼다고 한다.
잠자리에 늦게 들어도 제재가 없다. 대회 조별리그 킥오프 시간대인 오후 8시에 맞춰 오후 6시 30분 풀 트레이닝을 진행해온 선수단은 항상 늦은 저녁식사를 한 뒤 자정이 다 돼서야 잠을 청한다. 더구나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 피로가 풀리는 경우도 있어 신 감독은 “침대에 너무 오래 누워있어도 피로가 쌓인다. 팀 시간에만 지장을 주지 않으면 된다. 각자 루틴에 컨디션을 맞추라”고 했다. 기니와의 결전을 하루 앞둔 19일에도 아주 늦은 시간까지 호텔 주변을 산보하는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스스로의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회 출전 연령대인 만 20세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만약 이승우가 제 몫을 못했다면, 역시 멋진 머리로 눈길을 끈 백승호(바르셀로나B)가 실수를 연발했다면 ‘겉멋만 든 내실 없는 선수’라는 비난이 쇄도했을 테지만 모두 빼어난 실력으로 이를 원천차단했다. 결국은 결과가 모든 걸 보여준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U-20 신태용호’의 기분 좋은 출발은 그래서 더욱 달콤한 열매를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