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스키 샛별 이형주·이승주 “우리가 최고 라이벌이에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5일 05시 30분


쌍둥이지만 서로가 최고의 라이벌. 쌍둥이 이형주(아래)-이승주 형제는 알파인 스키 대한민국 최고 유망주로 꼽힌다.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함께 스키를 꼭 안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쌍둥이지만 서로가 최고의 라이벌. 쌍둥이 이형주(아래)-이승주 형제는 알파인 스키 대한민국 최고 유망주로 꼽힌다.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함께 스키를 꼭 안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똘망똘망한 눈매와 오뚝한 콧날 그리고 하얀 피부까지.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쌍둥이 이형주-이승주(13) 형제는 스키계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로 통한다. 4세 때 나란히 알파인 스키에 입문해 또래들 가운데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젠 국내 각종대회를 휩쓰는 실력파 선수로 성장했다. 집에선 여느 동기와 다를 바 없이 천진난만한 두 쌍둥이는 그러나 스키장에서만큼은 사뭇 진지한 라이벌로 서로를 견제한다. 상대선수보다 먼저 둘의 기록을 체크하는 일은 기본이고, 메달 색깔이 서로에 의해 갈리는 날이면 라이벌 의식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도 있다고 한다. 9년 전, 형제를 스키장으로 처음 데려간 아버지 이해성 대림 D&I 대표(대한스키지도자연맹 부회장)는 “둘은 최고의 동반자이자 최대 경쟁자”라며 흐뭇한 표정으로 형제의 인터뷰를 지켜봤다.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쌍둥이 형제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공원에서 만났다.

2017년 3월 23일 서울 강남 선릉공원에서 스키선수 이형주(오른쪽), 이승주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7년 3월 23일 서울 강남 선릉공원에서 스키선수 이형주(오른쪽), 이승주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때론 아프고 힘들어도 스키가 좋아요”

-요새 시즌 막바지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나요.


이형주(이하 형) : 시즌은 이제 막 끝났어요. 봄에는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한국에서 지내고, 여름에 전지훈련(미국 오레곤주)을 떠날 계획이에요. 그 전까진 아무래도 지상에서 체력훈련을 해야겠죠?

이승주(이하 동생) : 요샌 그 사이 미뤘던 공부 중이에요. 시즌 중엔 학교와 학원에 빠지는 날이 있어서 수업을 따라가느라 바빠요. 숙제는 조금 많지만….

-그래도 매일 스키를 타는 일은 지겹지 않아요?

형·동생 : 그래도 책상에서 하는 공부보다 눈 위에서 타는 스키가 더 재밌어요. 체력훈련은 조금 힘들어도 스키는 매일 타고 싶어요.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스키는 언제부터 탔나요.

형 : 처음엔 동생이랑 같이 아빠를 따라서 호기심에 타봤어요. 네 살 때였나? 그런데 타다 보니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턴 함종균 코치님 지도 아래 레슨을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대회에 나갔어요. 2부를 거쳐 4학년부턴 1부대회에 출전하고 있어요.

동생 : 처음엔 형이 더 잘 탔는데, 지금은 제가 더 잘 타요.(웃음)

-지도자인 함종균 코치가 칭찬을 아끼지 않던데요.

형 : 같은 알파인이지만 주특기는 달라요. 저는 회전과 알파인 복합 종목에서 성적이 잘 나오고, 동생은 대회전과 슈퍼대회전에서 기록이 좋아요. 사실 우리는 다른 친구들보다 훈련 시간이 적은 점 치고는 잘 타는 편이라고 할까?

동생 : 맞아요. 우리는 시즌 중에도 주말에만 슬로프 연습을 하고, 전지훈련도 여름방학만 이용해요. 다른 선수들이 4개월을 설상에서 훈련할 때 우리는 그 절반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스키라는 운동이 부상 위험도 높잖아요?

동생 : 형은 왼쪽 무릎뼈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한 적이 있었고, 저도 3학년 때 오른쪽 정강이를 다쳐서 석달 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어요. 지난해엔 왼손 골절상도 입었고요. 재활은 힘들어도 스키가 좋아요.

2017년 3월 23일 서울 강남 선릉공원에서 스키선수 이형주(오른쪽), 이승주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7년 3월 23일 서울 강남 선릉공원에서 스키선수 이형주(오른쪽), 이승주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형은 안정감 있게, 동생은 속도감 넘치게

-형제, 그것도 쌍둥이가 함께 운동을 하니 재미난 일화도 에피소드도 있을 법한데요?

형 : 지난 전국동계체전 슈퍼대회전에서 15명이 시드를 받고 메달을 다퉜어요. 제가 초반에 타서 1등을 기록한 뒤에 계속 자리를 지켰죠. 그런데 승주가 마지막에 타서 저를 0.25초 차이로 제친 거예요.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동생 : 사실 우리는 남들 기록보다 저희 기록을 먼저 챙겨요. 둘이 상위권에 같이 오르는 날이 많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 보면 최대 경쟁자가 우리 둘이에요.

-둘의 플레이 스타일이 궁금해요.

동생 : 저는 빠르고 공격적으로 타는 걸 좋아해요. 특히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나는 눈 소리가 정말 짜릿해요.

형 : 저는 스피드보단 안정감 있게 타는 스타일이에요. 동생은 눈 소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저는 회전 경기에서 제 폴과 기문(게이트)이 스칠 때 나는 소리를 좋아해요. 아, 기문 치는 것 자체가 좋다고 해야 하나.

-스키 말고 다른 관심사도 있나요.

형 :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빠져있어요. 특히 두산이라는 팀을 열렬하게 응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 군대에 간 정수빈 형과 오재원 형 팬이에요. 컴퓨터 게임도 좋아하는데 엄마가 시간을 정해놓으셔서 많이는 못해요.

동생 : 저도 아빠와 형을 따라서 두산을 좋아하게 됐어요. 저처럼 공격적인 스타일의 외국인투수 마이클 보우덴 팬이에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형·동생 : 비록 평창올림픽엔 못 나가지만, 어른이 돼서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고 싶어요. 정말 어려운 이야기지만요.(웃음)

2017년 3월 23일 서울 강남 선릉공원에서 스키선수 이형주(위), 이승주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7년 3월 23일 서울 강남 선릉공원에서 스키선수 이형주(위), 이승주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이형주-이승주 형제

▲생년월일=2004년 6월 14일
▲출신교=서울국제학교 6학년 재학 중
▲키·몸무게=이형주(162cm·45kg) 이승주(155cm·45kg)
▲수상 내역=이형주(2017전국학생종별 남자 대회전 1위, 2017전국학생대회 남자 대회전 2위) 이승주(2016전국학생종별 남자 알파인복합·슈퍼대회전 1위, 2017전국소년체전 남자 대회전·슈퍼대회전 1위)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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