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vs 염경엽… ‘넥스크라시코’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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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넥센서 동고동락 두 사람, 염 전 감독 SK 단장 맡게 되면서 서로에게 질 수 없다는 분위기 팽배
개성 강한 ‘프런트 야구’ 대결 볼만

 한국 프로야구에선 몇 해 전부터 ‘엘넥라시코’가 유명했다. LG와 넥센의 라이벌전을 일컫는 말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엘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대결)를 본뜬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엘넥라시코보다 더 흥미진진한 라이벌 대결이 예정돼 있다. 넥센과 SK의 대결, 일명 ‘넥스크라시코’다. 2017년 한국 프로야구를 강타할 블록버스터다.

 양 팀을 이끄는 수장은 올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장정석 감독(넥센)과 트레이 힐만 감독(SK)이다. 그렇지만 물밑에서 정면승부를 벌이는 건 이장석 전 넥센 대표이사와 염경엽 전 감독이다.

 한때 동지였던 둘은 언젠가 적이 되어 만날 운명이었다. 다만 이렇게 빨리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17일 염 전 감독이 SK 단장직을 받아들이면서 두 팀의 대결은 갑작스럽게 관심을 끄는 ‘빅 매치’가 됐다.

 이 전 대표와 염 전 감독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넥센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한 명은 구단 오너로, 또 한 명은 감독으로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약체로 평가받던 넥센은 둘이 손을 잡은 지난 4년 동안 빠짐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지난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갈등의 원인은 “누구 덕분에 팀이 이렇게 잘됐는데”로 정리할 수 있다.

 넥센은 원래부터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프런트 야구’를 하는 팀이었다. 선수 수급부터 스카우트까지 야구장 밖의 모든 일을 프런트가 처리했다. 감독의 역할은 야구장 안으로 한정됐다. 염 전 감독은 구단이 제공한 재료로 매년 멋진 요리를 만들어냈다. 지난해엔 박병호와 조상우, 한현희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서도 팀을 3위로 이끌었다.

 프런트 야구를 앞세우는 팀 분위기 속에서 염 전 감독은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섭섭함을 느꼈다. 자신의 야구 색깔을 펼칠 기회가 없다고도 생각했다. 구단은 달랐다. 넥센을 이끄는 힘은 감독의 개인 역량보다 팀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도중 염 전 감독이 SK 감독으로 간다는 설이 파다했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팀으로 간다는 소문 때문에 법적 도덕적 논란이 일었다. 염 전 감독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염 전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패한 날 구단과 상의 없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양측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당시 넥센의 분위기는 “차라리 염 감독이 SK 감독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넥센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 SK에서라면 염 전 감독의 진짜 실력이 온 세상에 드러날 것이라는 속내 때문이었다.

 결국 염 전 감독은 SK 감독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전격적으로 SK 단장이 되어 돌아왔다. 이례적으로 3년 계약을 했을 만큼 SK는 그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만큼 큰 권한을 가질 게 분명하다. 이 전 대표도 최근 넥센 대표이사 사장직을 최창복 본부장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구단 소유주로서 넥센을 움직이고 있다.

 염 전 감독은 SK 단장 취임 후 “그동안 내가 준비했던 생각과 SK 시스템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넥센이 몇 해 전부터 주창해 온 것 역시 ‘시스템 야구’다. 넥센이 염 전 감독의 후임으로 운영팀장 출신의 장정석 감독을 깜짝 발탁한 것도 야구 시스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장석과 염경엽의 자존심 대결. 그리고 똑같이 시스템 야구를 표방하는 SK와 넥센. 두 팀은 서로에 져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시즌 뒤의 성적이 승자를 말해 줄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엘넥라시코#넥스크라시코#이장석#염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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