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SK ‘시스템야구’의 밑그림, 그 실체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9일 05시 30분


SK는 수년간 ‘시스템 야구’를 주창해왔다. SK는 ‘시스템 야구’의 뼈대는 만들었지만 그 내용을 채워 넣기 위해 염경엽 단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SK는 수년간 ‘시스템 야구’를 주창해왔다. SK는 ‘시스템 야구’의 뼈대는 만들었지만 그 내용을 채워 넣기 위해 염경엽 단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SK 류준열 사장은 염경엽 단장 영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때 구단 내부자료를 한가득 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SK가 그리고 있는 ‘시스템 야구’의 실체가 든 자료였다.

최근 수년간 SK는 시스템 야구를 주창했지만, 그에 대한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말로만 시스템을 외쳤지, 도대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류 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부임한 뒤, 1군과 2군 코칭스태프가 모여 ‘육성회의’를 하는 등 시스템에 대한 토대를 만들었다. 육성에 대한 프레임, 즉 뼈대는 만들었는데 그 알맹이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SK의 시스템은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KBO리그에서 두산처럼 육성능력이 강한 팀이 성공하면서 투자의 시선이 육성시스템으로 옮겨갔다. SK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수단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선수의 스카우트, 육성 및 군입대, 그리고 1군 활용과 세대교체까지. 입단부터 퇴단까지 선수별로 개별화된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두산 같은 팀은 이미 선수의 입단과 육성, 1군 기용까지 선수별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류 사장은 이에 대해 “선수를 보는 선구안, 그리고 육성하는 프로그램, 이게 바로 시스템”이라며 “1군에서 쓰기까지 선수마다 3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판단해 그에 맞게 트레이닝 시키는 과정을 작년부터 고민하고 있다. 선수별로 개별화된 훈련을 진행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 류준열 사장-염경엽 단장(오른쪽). 스포츠동아DB
SK 류준열 사장-염경엽 단장(오른쪽). 스포츠동아DB

SK 시스템야구의 또 다른 줄기는 타자친화적인 홈구장 환경을 고려한 기조다. 장타력과 공격야구에 초점을 맞춰 팀 전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미 정의윤과 최승준을 각각 트레이드와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로 LG에서 데려와 재미를 보는 등 성과도 나왔다.

류 사장의 말대로 이제 막 뼈대를 잡은 상태다. 염 단장에게 이러한 구단의 비전과 육성 관련 매뉴얼에 관한 내부 자료를 완전히 오픈했고, 육성에 최소 3년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단장으로선 이례적인 3년 계약을 제시했다.

류 사장은 부임 첫 해인 지난해 받은 스트레스를 통해 느낀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대개 이럴 때 단기투자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지만, SK는 중장기적 시스템으로 눈을 돌렸다. 류 사장은 “단기간의 성적을 위한 투자는 피상적인 부분을 건드는 것이다. 오래 갈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경험하면서 느꼈다. 근본적인 걸 바꿔줘야 성적으로 돌아온다. 그 근본이자 원인을 해결하는 게 바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육성 시스템을 확립하는데 필요하다고 본 3년, 그 사이 사장은 구단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류 사장은 “내가 가도 구단은 남는다. 중장기적인 목표를 얘기하는 건 명군구단, 그리고 자립률이 높은 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SK는 구단주 지시 아래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팀의 방향성과 시스템 구축으로 눈을 돌렸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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