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몸값 축소발표 불신의 시대, 국세청 신고자료 공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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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5시 30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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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가 투명하지 못한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와 외국인선수 몸값 축소 발표 논란이 일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언론 발표용 혹은 KBO 제출용 자료와 실제 계약 금액이 다르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판국이다.

FA 시장만 해도 그렇다. KIA와 최형우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실제 계약서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K는 김광현과 4년 85억원, LG는 차우찬과 4년 9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하면서 축소발표 의혹이 제기되자 “인센티브를 제외한 보장금액”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두산과 장원준 4년 총액 84억원, 지난해 NC와 박석민이 4년간 96억원에 사인했다고 발표했지만 다들 이면계약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이들의 발표 금액을 믿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원소속구단이나 다른 구단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에 사인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일부 구단은 FA 협상에서 선수 대신 에이전트를 상대하기도 했다. 선수와 구단끼리 비밀을 약속한다고 해도 업계에 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선수 몸값도 축소 발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수 계약 발표 후 미국 등 현지에서는 다른 금액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선수 몸값이 과도하게 치솟는다는 지적에 구단들은 ‘다운 계약서’라는 편법을 들고 나오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로 인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단순히 FA와 외국인선수뿐만 아니다. KBO와 선수협이 최근 논의하고 있는 FA 등급제 시행과 계약금 상한제 도입도 이면계약의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구단과 선수가 입을 맞춰 발표하면 마땅히 제재할 근거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계약 당사자들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다. 계약이 투명하게 발표되고 집행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FA와 외국인선수의 국세청 제출용 계약 자료를 KBO에 동일하게 제출하도록 강제조항을 만들면 된다. 국세청에 질의한 결과 현행법상 KBO(제3자)가 국세청에 개인 과세자료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본인의 동의만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결국 국세청 신고자료를 KBO에 똑같이 제출하도록 강제하면 이면계약은 해결될 수 있다.

KBO와 각 구단은 올해부터 승리수당 등 메리트 시스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강력한 벌금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보자에게 10억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하면서 메리트 시스템은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질적 몸값 공개 등 투명한 리그를 만드는 데 있어서 KBO와 구단, 선수협의 의지만 있다면 실현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면계약 발각시 KBO 제출용 자료(언론발표 금액)보다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사치세를 부과해 유소년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등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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