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왜 나한테만 파울을 부는 겁니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왜 저한테만 파울을 부는 겁니까? 좀 전에 상대편에서도 저한테 똑같은 행위를 했는데, 그 때는 파울을 불지 않았잖아요.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정하고 있어요. 이거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요?”

심판의 파울 지적에 화가 나 억울해하는 선수의 주장이다.

농구는 경기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리바운드 다툼이나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몸싸움도 매우 심한 편이다. 슈팅 동작을 제외한 상황에서 공을 만지고 있는 손목 아래 부분은 공과 같이 취급된다. 워낙 순간적으로 스틸 등이 이뤄지다 보니 심판이 눈앞에서 보고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적지 않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종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선수나 감독이 자기 팀에만 불리하게 파울을 분다고 항의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선수나 감독이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항의하는 경우는 없을 테지만, 왜 우리 팀 파울만 부느냐고 항의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다. 상대팀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는 평등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과연 법적으로 보호되는 것일까.

우리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돼 있다.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더불어 제일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다.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권은 ‘모든 것을 다 똑같이 대하라’는 절대적 평등의 개념이 아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하라’는 상대적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또 법의 적용뿐만 아니라 법의 제정에 있어서도 평등할 것을 요구한다.

운동경기로 돌아가보자. 똑같은 행위를 했는데, 우리 팀에만 파울을 분 것은 분명히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한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에 위배된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은 운동경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무단횡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길 건너편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막 도착했다. 그런데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옆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조급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무단으로 길을 건너가 버스에 탔다. 나도 그 사람을 따라 무단횡단을 해 버스에 타려는데…. 아뿔싸! 교통경찰 아저씨에게 딱 걸렸다. 버스도 놓치고, 범칙금마저 물게 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왜 다른 사람은 잡지 않고 나만 잡느냐’고 따지게 된다.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경우 정말로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일까.

먼저, 스포츠에도 헌법이나 각종 법률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헌법이나 법률을 넘어선 초헌법적, 초법률적 스포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 경기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스포츠의 탈을 쓴 싸움이나 도박 같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오히려 스포츠는 ‘정정당당’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어 헌법이나 법률의 정신과 매우 닮아있다.

다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헌법이 보호하는 평등권의 보호범위를 확인해봐야 한다. 헌법은 ‘법’ 앞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다. 그 ‘법’이란 ‘합법(合法)’, ‘적법(適法)’을 의미한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용어 중 ‘법’ 앞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적(適)’, ‘합(合)’이라는 말이 생략돼있는 것에 불과하다. 즉, ‘불법’은 헌법상 평등권의 보호영역이 아닌 것이다.

사례로 돌아가보자. 억울해하는 선수는 ‘반칙(反則)’ 상황에서의 평등한 대우를 주장하고 있다. 즉, 규칙에 반하는 상황, 합법이 아닌 ‘불법(不法)’의 영역에서의 평등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억울해하는 선수의 평등권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운동경기에서 심판에 대한 항의는 때로는 관전에 즐거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애교 섞인 제스처로 심판의 순간적 판단 잘못을 깨우쳐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항의는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심판도 올바른 판정, 공정한 판정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경기는 선수와 벤치, 심판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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