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국내용 투수란 편견 깨보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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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회 최고투수상’ 두산 유희관
느린 공으로 작년 18승, 올해 15승… WBC대표 50인 후보에 이름 올려
“학창시절 강속구 꿈꿔본 적 있죠, 지금은 제구력 투수 타이틀 자부심”

 2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경기의 승리 투수가 됐던 유희관은 12일 일구회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받았다. 데뷔 첫 10승을 달성하고 일구회 신인상을 받은 지 3년 만이었다.

 유희관은 올 시즌 15승을 거두며 지난해 18승이 ‘반짝 활약’이 아님을 증명했다. 두산에서 국내 왼손 투수의 기록은 그가 다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년 연속 10승과 2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둔 왼손 투수로는 그가 팀 최초다.

 그가 ‘느린공’으로 꾸준히 활약하며 ‘프로에서 통할까’란 의문을 지워내자 야구팬들의 관심은 ‘국제무대에서도 통할까’가 됐다. 2일 발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50인 후보 엔트리에 그의 이름이 포함되면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유희관은 “WBC를 언급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럽다”며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확정 엔트리에 든 선수들이 부상 없이 대회를 잘 치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프로 데뷔 후 아직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대학 3학년 때 프로 선수들과 함께 출전한 야구월드컵에서는 불펜 투수로 잠시 마운드를 밟은 게 전부였다.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한 건 대학 4학년 때 출전한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였다. 유희관은 “그때 미국 대표팀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가 있었고 일본에는 사이토 유키(니혼햄)가 있었다. 그런 쟁쟁한 선수들이 지금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때 같이 경기한 것도 다 추억이구나’ 한다”고 말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선수로 다시 국제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유희관은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 느린공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국내에서만 통한다는 편견도 깨보고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한 번 던져 보고픈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어깨전문의 이상훈 CM병원장은 “현재 국내 리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선발 투수 중 3명은 어깨 통증이 늘 있고, 4명은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통증이 전혀 없는 선수가 3명 정도인데 그중 한 명이 유희관이다. 강속구 투수에 비해 부상 위험도가 크게 낮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프로 지명에 걸림돌이 됐던 느린공이 프로에서 뒤늦게 꽃을 피우게 해준 셈이다.

 유희관은 “나도 한 번쯤 강속구를 던지는 꿈을 꿔봤다. 그런 공이 있다면 어떤 투구를 했을까 궁금하다. 그런데 난 지금 ‘제구력 투수’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공은 느려도 제구력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보여준 것 같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강속구 투수만이 아니라 제구력 좋은 투수도 각광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일구회 최고투수상#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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