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2016년 K리그는 ‘낙제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8일 05시 45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도시민구단 임금체불…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이 6일 FC서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반드시 이겨야만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서울은 적지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시즌 최종전에서 전북현대를 1-0으로 따돌리고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러나 그다지 감흥은 크지 않았다. 서울 황선홍 감독이 우승 세리머니를 자제한 데서도 엿볼 수 있듯, 서울을 ‘진정한 챔피언’으로 축하해줄 수는 없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었다.

5월 불거진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으로 인해 한국프로축구는 올 시즌 내내 시끄러웠다. 2013년 벌어진 일이라 해도 전북이 K리그를 대표하는 리딩 클럽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상상보다 훨씬 컸고, K리그는 이미지에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었다. 구단 직원의 비위행위를 ‘순수한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모르쇠’로 일관한 전북 수뇌부의 태도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가 이러려고 축구팬이 됐나’라는 자괴감까지 낳았다. 9월 말에 이르러서야 전북에 승점 9점 감점과 벌금 1억원의 제재를 가한 프로축구연맹은 징계 시점과 수위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우승 후에도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웃픈’ 현실을 만들었다.

이뿐 아니다. 2016년 K리그는 전체적으로 낙제점에 가까웠다. 고질적 병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되풀이됐다. 심판의 자질 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었고, 일부 도시민구단의 임금체불 등 구조적 악순환 또한 반복됐다. 클래식 정규 라운드 막판에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가 지도자 라이선스 탓에 나란히 ‘바지 감독’을 앉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의 후보자 선정 기준도 객관성을 잃어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시즌 종료 시점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전북 스캔들이 터지자 프로축구연맹은 올 7월 이사회를 열고 자숙의 의미로 8월로 예정됐던 올스타전을 취소했다. K리그 올스타전이 무산된 것은 승부조작의 광풍이 휘몰아친 2011년에 이어 5년만이다. 2016년 한국프로축구에 대한 평가는 ‘올스타전도 열지 못한 해’라는 이 한 문장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6시즌은 끝났다. 과연 내년 이맘때에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또다시 낙제점을 받는다면 한국프로축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이 중심을 잡고 각 구단과 선수를 포함한 K리그 전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더 나은 2017년을 향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이미 K리그는 저 멀리 뒤처져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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