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프로팀의 아마팀 ‘헌 공 지원’까지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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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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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의 A구단 단장은 최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올 초 연고지역내 고교 야구팀 감독이 “프로 선수들이 훈련용으로 사용하던 공 가운데 쓰지 못하는 헌 공을 보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하자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경기구를 A급이라고 한다면, 경기 때 사용했던 공은 B급이 된다. B급 공으로 프로 선수들은 타격훈련이나 수비훈련을 한다. 그리고 프로 선수들이 훈련 때도 사용하지 못할 만큼 낡은 공은 다시 C급으로 분류된다. 버리는 공이다.

그러나 프로에서는 버릴 C급 공이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일선 학교 야구부가 많다. 그래서 그동안 프로구단들은 연고지역의 아마추어 팀에서 필요로 할 경우 C급 헌 공을 제공할 때가 많았다. 물론 A급 공을 비롯한 장비지원을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A구단 단장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9월28일부터 발효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서 애매하게 해석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감독이나 코치 등 일선 학원스포츠 지도자들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라고 해석했다. 기간제 교사처럼 교육 공무원으로 보고 있다. 프로구단은 스카우트 등 직무관련이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 지도자와 선·후배 또는 친구 사이라도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며, 특정 아마추어 감독이나 야구부에 헌 공을 제공하는 것도 불법 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단 자체적으로 변호사 등을 통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데, 다소 다른 해석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 학교가 아니라 연고지역 내 고교 팀에 헌 공을 똑같은 수량으로 지원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고교 팀에만 나눠주면 중학교나 초등학교 야구부와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 ‘연고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아마추어 야구부에 공평하게 나눠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KBO는 만에 하나 불법으로 해석돼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일단 10개 구단에 아마추어 팀에 대한 헌 공을 비롯한 모든 장비 지원을 중지시켰다. 위법 가능성 때문에 귀찮다고 헌 공을 그냥 쓰레기장에 버리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구단마다 자체적으로 법률해석을 하고 있고, KBO 역시 자문 변호사 등을 통해 아마추어야구 지원에 대한 여러 가지 사례별 해석을 받아보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현재로선 신인선수가 프로구단과 입단 계약을 맺은 뒤 출신학교에 계약금의 10%(중학교 3%+고교 또는 대학 최종학교 7%)를 지원하는 것은 명문화된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애매한 사안이 나올 때마다 권익위에 하나씩 유권해석을 의뢰할 수는 없어 일단 위법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사례들을 수집하고 있다. 권익위 업무가 많이 밀려있어 추후에 한꺼번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 위해 사례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헌 공 지원뿐 아니라 전지훈련 시 학부모들이 함께 따라가 식사당번을 하면서 감독과 코치에게 식사를 제공하면 불법인지, 훈련 후 땀을 흘리는 코치에게 선수나 학부모가 생수병 또는 음료수를 전달하는 것은 불법인지 등등 예상하지 못했던 사례별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유망주 선수에게 프로 구단이 어릴 때부터 장비 등을 지원하면서 공을 들이던 스카우트 관행도 바뀌어야한다.

김영란법 시행은 그동안 만연됐던 학원스포츠의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기회로 평가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듯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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