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외양간 제대로 고치자…불법 스포츠도박 예방이 답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5일 05시 45분


불법 스포츠도박은 범죄의 행태 및 폐해를 고려하면 사후징계보다는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KBO를 비롯한 각 프로스포츠 단체들이 사전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남자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은 지난해 9월 10개 구단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임직원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스포츠동아DB
불법 스포츠도박은 범죄의 행태 및 폐해를 고려하면 사후징계보다는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KBO를 비롯한 각 프로스포츠 단체들이 사전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남자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은 지난해 9월 10개 구단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임직원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스포츠동아DB
■ 사후징계보다 사전예방이 더 중요

홍역 앓은 프로단체들 재발 방지에 역점
KBL, 클린센터 개설…매 경기 모니터링
K리그, 부정방지 신고 핫라인 상시 운영


국내 프로스포츠는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각 프로 종목에서 약속이나 한 듯 매해 돌아가며 사건이 터지고 있다. 지난해 농구에 이어 올해는 야구에서 불법 스포츠도박과 관련된 승부조작 사건이 속속 드러나 또 다시 스포츠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각 프로단체는 불법 스포츠도박 가담 사실이 확인된 선수 및 지도자에게는 가차 없이 영구제명의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해당 종목의 이미지를 실추시킬뿐더러 선수 개인은 돈 몇 푼에 양심을 저버리고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불법 스포츠도박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예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사전예방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각 프로단체는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교육 방안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불법 스포츠도박 예방 선구자는 KBL?

남자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은 지난해 특정팀 감독이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받은 지 4개월여 만에 프로선수들까지 대학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즌 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 아픔을 겪었다. 2013년과 지난해에 걸쳐 불법 스포츠도박 때문에 직격탄을 맞은 KBL은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근절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이다. 불법 스포츠도박 방지 교육 참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KBL은 상·하반기로 나눠 불법 스포츠도박 관련 동영상과 문답식 설명을 업데이트해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KBL은 클린바스켓센터를 개설해 매 경기 모니터링 요원을 별도로 두고 있다. 승부조작 방지를 위해 시즌 도중 펼쳐지는 전 경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고, 평소보다 유독 실책이나 에어볼이 많은 선수의 플레이를 재확인하는 등 혹시 모를 상황까지 전부 점검하고 있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과의 교류를 통해 핫라인도 만들어 선수들이 즉각적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스포츠도박 방지 교육은 현역 프로선수, 지도자, 프런트뿐 아니라 아마추어선수들로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형식적 교육보다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무부와 교류협약을 맺고 지난해 아마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도 실시했다. 불법 스포츠도박 예방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KBL이다.

● 부정방지활동 생활화를 통해 예방에 나선 K리그

프로축구도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인해 리그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뼈아픈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K리그에선 2011년 5월 초대형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수사 초기에만 해도 선수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가 거듭되면서 연루된 선수의 숫자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 사건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영구제명 징계를 내린 선수만 해도 무려 50여명에 달한다. 프로축구연맹은 당시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미래전략팀에서 ‘부정방지활동계획’을 수립했다. 시즌 개막 시기인 3월에 부정방지 서약서를 통해 선수들에게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고취시키고 있다. 또 클린센터 및 핫라인을 상시 운영해 부정행위 적발 시 언제든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핫라인을 통해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즉각적 조치가 가능하다. 부정방지 교육도 연간 4회에 걸쳐 실시하고 있으며, 각 구단 해당 업무 관계자가 선수들을 수시로 면담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2013년 발생한 심판의 금품수수 의혹이 올 시즌 도중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과는 다른 성격의 사안이지만,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기는 마찬가지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와 같은 부정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정방지 포스터를 제작해 각 구단에 배포했고,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불법 스포츠도박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 또 현장 경호요원들의 협조 속에 경기장 안팎의 불법 중계자 단속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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