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야구 승부조작은 왜 재발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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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7월 2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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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몰라서 그랬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같은 일이 두 번째로 일어나면 이것은 그 생태계 자체가 심각한 모순을 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4년 전 일어났던 승부조작이 왜 또 KBO리그에서만 재발했을까?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와 달리 왜 프로야구는 아픔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을까?

상당수 야구계 인사들은 2012년 승부조작 사건 당시 대응에서부터 불행의 씨앗이 잉태됐다고 말한다. “그 당시 승부조작 관련자가 밝혀진 선수뿐이었을까? 수많은 의혹이 쏟아졌지만 어떤 영문인지 무언가 미진한 상태에서 봉합됐다.” 당시 불온한 소문의 한가운데에는 A급 선수들의 이름도 꽤 있었다.

당시의 의혹이 검증되지 않으면서, 당장은 뼈를 깎는 고통일지라도 어쩌면 발본색원의 기회를 KBO와 야구계는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그 폐해로 ‘승부조작을 저질러도 야구를 잘하면 KBO와 구단이 막아준다’는 착각을 그 이후 세대의 선수들이 한 것은 아니었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축약되듯 세상에서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가장 먼저, 가장 부각되게 잡혀가는 것은 ‘깃털’들이었다. ‘몸통’은 늘 비호를 받아왔다. 야구마저 이렇게 힘 있는 자들 위주로 돌아간다면 이 힘겨운 세상의 위안을 구할 곳은 어디일까.

결국 KB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볼 때, 회의적이다. KBO는 이태양(NC), 문우람(상무)의 승부조작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대국민사과문’이라는 거창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결국 사과문 1장이었다. 그나마 KBO의 수장인 구본능 총재의 육성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만약 추가 승부조작 선수가 나오면 KBO는 또 대국민사과를 할 것인가?

KBO가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2012년 이후 최근 5년간 경기의 1회 볼넷 전수조사였다. 야구계에서는 KBO의 보신주의적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한다. “1회 볼넷 경기를 아무리 들여다본들 승부조작 여부를 집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냥 KBO는 ‘이거라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승부조작을 파헤칠수록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아플지라도 야구만큼은 ‘투명’, ‘공정’이라는 가치를 지켰으면 좋겠다. 지금 KBO에게 바라는 최선은 사태를 어중간하게 막으려고 뛰어다니라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가려달라고 말하는 결연함이다. 당장은 숨이 끊어질듯 아파도 그것이 우리의 소중한 야구가 사는 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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