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포츠팀 한데 묶어 별도 법인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4개 프로팀 제일기획 편입 후에도… 계열사 지원 받는 운영 방식 못벗어
“자생력 강화” 고강도 방안 요구할듯

삼성이 제일기획 매각 과정에서 각 스포츠 팀을 계열사로 ‘원대 복귀’시키는 대신 이들을 한데 묶어 별도 전문 법인으로 독립시키기로 한 이유는 역시 자생력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 산하 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프로배구 남자부 팀이 제일기획 밑으로 들어갔지만 계열사 지원에 의존하는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프로야구 삼성(㈜삼성라이온즈)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82억7895만 원), 삼성생명(71억1990만 원), 삼성화재(53억1900만 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 12곳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총 280억9076만 원을 갹출했다. 덕분에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 256억 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순히 계열사 광고비만 빼도 24억 원 이상 적자다.

야구 외에 다른 종목의 구단 역시 모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나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은 모두 예전 모기업에서 ‘네이밍 스폰서’ 형태로 구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프로축구나 프로농구 삼성 역시 원래 운영 주체였던 삼성전자가 후원사로 남아 있다.

이렇게 연결고리가 남아 있는 만큼 원대 복귀를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그룹 내 맏형 격인 삼성전자에서 이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늘어나는 운영비를 감당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LG그룹처럼 별도 법인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LG는 계열사 LG스포츠에서 프로야구, 남자 프로농구 팀을 운영하고 있다. LG는 1983년 럭키금성 황소축구단(현 FC서울)을 창단하면서부터 현재 형태로 스포츠 팀 총괄법인을 만들었다. LG와 뿌리가 같은 GS그룹 역시 FC서울과 GS칼텍스(프로배구 여자부)를 운영하는 GS스포츠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스포츠계에서는 삼성이 별도 스포츠 법인을 만들고 난 뒤 각 종목의 구단에 보다 강도 높은 자생 방안을 찾을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서 스포츠 사업을 아예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지원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삼성 스포츠단#독립법인#운영 방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