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고교시절 타격왕’ 김문호 드디어 봄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6일 05시 45분


고교 시절 ‘천재 타자’로 불리며 각광 받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또 부상으로 신음했다. 하지만 꿋꿋이 견뎌낸 세월만큼이나 올 시즌의 활약은 알토란같다. 롯데 외야수 김문호에게 진짜 봄날이 온 듯 하다. 스포츠동아DB
고교 시절 ‘천재 타자’로 불리며 각광 받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또 부상으로 신음했다. 하지만 꿋꿋이 견뎌낸 세월만큼이나 올 시즌의 활약은 알토란같다. 롯데 외야수 김문호에게 진짜 봄날이 온 듯 하다. 스포츠동아DB
덕수정보고 시절 고교대회 두차례 MVP
프로 입단 후 ‘김주찬의 벽’ 그리고 부상

“타율 0.453 비결?…달라진 것은 없다
수비시프트 대비해 밀어치기 연습 주효”

해마다 많은 선수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로 향한다. 그러나 빛을 보는 시기는 모두 다르다. 기대치가 낮았던 선수가 프로에 와서 동기들보다 빨리 빛을 보기도 하고, 반대로 고교 시절 상위랭킹을 휩쓸었던 선수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한다.

덕수정보고(현 덕수고) 재학 시절 ‘천재 타자’로 불리며 황금사자기와 화랑대기 MVP(최우수선수)를 휩쓸었던 롯데 외야수 김문호(29)는 후자에 속한다. 그는 고교 시절 활약을 바탕으로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외야수로선 최상위권 순번이었다. 당시 덕수정보고 동기인 민병헌(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에 이어 외야수론 2번째로 이름이 불렸다. 계약금도 포지션이나 순번에 비해 많은 1억2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의 앞엔 김주찬(35·KIA)이라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김주찬이 2012년 말 FA(프리에이전트)로 팀을 떠난 뒤엔 부상이라는 벽이 그를 가로막았다. 처음 주전 기회를 얻은 2013년엔 5월 말 발목 인대 파열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다시 기회가 온 지난해에도 시즌 중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93경기 출장에 그쳤다.

잘 나갈 때마다 벽에 부딪혔던 김문호의 야구인생에 ‘진짜 봄날’이 온 듯하다. 25일까지 타율 0.453·1홈런·10타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타율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 좌익수가 없다’던 롯데도 이제 확실히 고민을 떨쳐낸 모습이다.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김문호를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절실함과 진심, “여기서 못하면 끝일 수도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엄청난 페이스다. 올해는 정말 무언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특별히 달라진 게 있나?


“(미소를 지으며) 솔직히 딱히 달라진 건 없다. 절실함은 항상 있었지만, 이제 나이가 서른이 되다 보니 좀 더 절실한 건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 못하면 야구선수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좀 더 집중하고 노력한다. 작년부터 그런 게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지난해 기회도 있었고, 성적(93경기 타율 0.306·4홈런·31타점)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 부상이 아쉬웠을 것 같다.

“작년에 성적은 좀 나왔지만 풀타임을 못 뛰어서 더 아쉬웠다. 그래서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때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 장종훈 코치님께서 계속 믿어주시고 도와주시니, 나도 코치님을 믿고 주문하신 걸 수행하려고 계속 노력했다. 연습할 때는 물론, 자기 전에 멘탈 트레이닝을 할 때도 코치님 주문을 생각했다.”

-장종훈 코치가 어떤 걸 주문했나.

“작년까진 아무래도 당겨 치는 타구가 많아 상대 수비 시프트도 걸리면서 잘 맞은 타구도 잡히고 그랬다. 코치님과 겨울 내내 밀어치는 연습이나 하체 중심이동이 빨랐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중심을 뒤에 놓고 치는 연습 등을 하며 준비했다. 스프링캠프 때나 시범경기 땐 결과가 안 나와서 아쉽기도 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 몸에 배서 지금에야 좀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본 경기에서 나오니 마음이 놓인다.”

-겨우내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개막 엔트리엔 이름이 없었다. 그때 기분은 어땠나.


“난 그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감도 안 좋고 그래서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셨다고 본다. 감독님도 그때 ‘내려가서 확실하게 만들어서 올라오는 게 너한테 도움이 될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그게 맞다고 판단했다. 감독님이 올라온 뒤엔 ‘올라왔으니 네가 하고 싶은 걸 대차게 하라’고 말씀해주시더라. 그 말씀 덕분에 그 뒤에 부담감이 덜했던 것 같다.”

● 경쟁과 집중 “매 경기가 시험이고 무대다”

-사실 올해도 시즌 전까지 ‘롯데의 주전 좌익수는 누구인가’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김)주찬이형 있을 때나 그 이후로도 나한테 경쟁이라는 건 항상 ‘프로 선수라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 얘기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내가 잘 하고, 또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뒤 판단은 감독님의 몫이다. 내가 야구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걸 최대한 다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평가는 그 다음에 받는 것이다. 남을 의식하면서 ‘이 사람을 이겨야지’, 이것보다는 선수들이 서로 잘 하면 좋은 것 아닌가. 지금도 난 야구장에 나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도 주전 기회가 온 적이 있다.

“2013년 김시진 감독님이 계실 때 그땐 외국인타자 제도가 없었다. 초반에 내가 계속 나가다가 발목 인대가 파열돼 시즌을 아예 접었다(김문호는 2013년 5월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기습번트를 대고 1루로 전력 질주하는 과정에서 상대 투수 앤디 밴헤켄의 태그를 피하다 왼 발목이 베이스에서 꺾이면서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40경기 만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서 다친 것이다. 그 부상 이후로 좀더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야구가 정말 잘 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잘 되고 있어 좋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지금 잘하고 있으니 항상 부상을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신다. 그렇다고 몸을 사려서는 안 된다.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또 장종훈 코치님께서도 ‘잘 될 때 마음을 다잡고 해야지, 지금 풀어지면 안 된다’고 하신다. 그 말에 100% 공감한다. 나한텐 매 경기가 시험이고, 무대다. 매일매일 더 집중하면 부상도 안 나올 것이다. 야구장에 있는 3∼4시간만큼은 집중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

-고교 시절 ‘천재’ 소리를 들었는데 벌써 프로 11년차가 됐다. 먼저 잘 된 동기들도 많았다.


“부러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물론 프로에 와서 내가 실력이 부족했다. 친구들을 보고 마냥 부러워만 할 수는 없었다. 안 되면 여기서 끝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도 동기들이 잘 하면 항상 좋았다. 우리 팀에 (정)훈이나, (황)재균이나 잘 하고 있어 동기부여가 됐다. 학교 친구인 두산 (민)병헌이는 워낙 잘 쳐서 그동안 만나면 내가 방망이를 뺏고 그랬다. SK (김)성현이는 상무 동기인데 요즘에 ‘너답지 않게 잘 친다’고 문자를 보내더라. 사실 성현이도 요새 홈런을 많이 치지 않나. 그래서 ‘홈런 2개랑 안타 2개랑 바꿀래?’라고 말했다.(웃음)”

● 롯데 김문호는?

▲생년월일=
1987년6월22일
▲출신교=고명초∼덕수중-덕수정보고
▲키·몸무게=184cm·90kg(좌투좌타)
▲프로 입단=2006년 롯데 입단(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
▲계약금=1억2000만원
▲프로 경력=롯데(2006)∼상무(2009∼2010)∼롯데(2011∼)
▲2016년 연봉=7000만원
▲2016시즌 성적=타율0.453(64타수 29안타) 1홈런 10타점 14득점(25일 현재)

사직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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