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토미 존 서저리는 전화위복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25일 05시 45분


두산의 1차지명 신인투수 이영하는 1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2016년 신인 중 최고 몸값(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은 최대어지만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의 1차지명 신인투수 이영하는 1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2016년 신인 중 최고 몸값(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은 최대어지만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신인투수 이영하, 입단하자마자 수술대
선수생명 단축 우려…몸 완벽히 만든 후 육성
기회비용 손해·재활실패 변수 등 딜레마도


두산의 1차지명 신인투수 이영하(19·사진)가 1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선린상고 출신으로 계약금만 3억5000만원을 받아 2016년 신인 중 최고 몸값을 기록한 최대어지만,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이영하는 “수술은 잘됐다. 집에서 요양한 뒤 재활할 것이다. 후반기 마운드 복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구, 축구 등에 비해 야구는 신인이 즉시전력감이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특히 투수는 더욱 그렇다.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2007년 김광현(SK)을 끝으로 데뷔 첫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한 투수는 멸종된 분위기다. 이영하처럼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올라가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두산이 딱히 선수를 잘못 뽑았다고 단정할 일이 아닌 것이다.

● 왜 어린 선수들이 수술부터 받는가?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가 소모품인지’의 여부는 첨예한 논쟁이 빚어지는 화두인데, ‘많이 던질수록 부상 위험이 커지고 선수생명이 단축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교 시절 마운드를 홀로 떠받치다시피 한 투수는 이미 어깨와 팔꿈치에 손상이 간 상태로 프로에 진출할 개연성이 높다. 이제 아예 구단들은 부상을 일정부분 감수하고 선수를 뽑는다. 일례로 SK는 신인선수들의 메디컬 체크를 강화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는다.

‘몸을 완벽하게 만든 뒤 육성하겠다’는 노선을 구단들이 밟는 시대다. 어린 선수들이라 1∼2년을 재활해도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존 선수들도 의학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몸에 칼을 대는 데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 ‘토미 존 서저리’로 불리는, 팔꿈치 관절에 구멍을 내 인대를 접합하는 수술은 한국, 일본, 미국 등 어디에서든 수술이 가능하고, 실패확률도 낮아졌다. 재활만 잘하면 구속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 토미 존 서저리의 경제학

토미 존 서저리의 가장 큰 위험성은 수술 자체가 아니라 기회비용에 있다. 전 롯데 트레이너인 이진오 PIC클리닉 대표는 “정말 빠르면 6∼8개월 만에 회복한 투수도 봤지만 대개는 1년을 본다. 투구 밸런스까지 되찾으려면 2년은 잡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인이 아닌 이상, 감당하기 힘든 공백이다.

게다가 변수가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수술을 받는 나라의 기후도 중요하다. 따뜻한 곳에서 받으면 1개월 이상 재활이 단축될 수 있다. 또 팔꿈치 근육을 1cm 더 찢을 때마다 재활기간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더 큰 관건은 극히 단조로운 재활훈련을 견디느냐다. 반복훈련을 견디지 못하면 재활은 지연되고, 재수술로 답을 찾으려다 더 망가질 수도 있다.

투수의 팔은 선수의 대체불능 자산이자, 구단의 재산이다. 고효율을 추구해야 할 구단 입장에서 부상은 효율이 제로(0)가 돼버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선수의 부상을 방지하는 실험이 메이저리그에선 이미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메디컬 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제 ‘투혼’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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