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슛 지존’ 김주성, 찍었다! 1000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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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전서 프로농구 첫 대기록
14시즌 뛰며 경기당 1.6개 성공… 통산 2위 서장훈보다 2배이상 많아
“내 기록, 불멸의 기록 안되었으면”

프로농구 동부를 상대하는 팀의 선수들은 역습 때도 방심하면 안 된다. 혼자 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레이업슛을 하는 순간 팔 하나가 불쑥 올라와 손으로 공을 쳐내기 때문이다. 그 팔의 주인은 동부 ‘빅맨’ 김주성(36·205cm)이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14시즌째 활약 중인 김주성은 30일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국내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개인 통산 1000개의 블록슛을 달성했다. 그는 4쿼터 종료 1분 12초를 남기고 오리온 조 잭슨의 골밑슛을 쳐냈다. 3쿼터에 잭슨을 상대로 블록슛을 시도하다 덩크슛을 허용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기록을 달성한 김주성(6득점)은 “오리온 선수들이 나를 피하는 바람에 (블록슛) 타이밍을 잡기 힘들었다. 오늘 득점은 못 해도 블록슛은 반드시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김주성의 기록은 블록슛 2위 서장훈(은퇴·463개)에 2배 이상 앞선 것이다. 정규시즌 632경기를 뛴 그는 468경기에서 블록슛을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블록슛은 1.6개. 김주성에게 가장 많은 블록슛을 당한 팀은 LG(131개)다. 김주성은 “블록슛 1000개는 내 선수 생활의 역사가 담긴 것이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동부는 오리온을 80-74로 꺾었다.

김주성의 블록슛은 화려하지 않다. 상대 선수와의 골밑 맞대결에서 공을 찍어 내리는 경우보다는 상대 선수의 뒤를 따라가 쳐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점프력이나 순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나만의 블록슛 방법을 찾아내게 됐다. 상대 가드들은 센터는 느리다고 생각해 방심하지만 성큼성큼 걸어가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성의 블록슛은 신체 조건과 슈팅 타이밍을 파악하는 능력이 조화를 이뤄 완성됐다. 김주성은 “중앙대 시절에 블록슛 타이밍을 잡는 연습을 많이 했다. 경기장 양쪽에서 공을 든 선수들이 레이업슛 등을 하면 다양한 위치와 상황에서 공을 쳐내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역 시절 ‘캥거루 슈터’로 유명했던 조성원 KBS 해설위원은 “김주성을 피해 슈팅을 하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선수의 공을 쳐낸 김주성이 가장 쾌감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을까. 김주성은 “국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블록슛을 많이 당한다. 이 때문에 내가 외국인 선수의 공을 쳐낸 뒤 위압감을 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프로 데뷔 후 첫 블록슛도 외국인 선수의 슛이었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데뷔전이었던 2002년 10월 26일 LG의 라이언 페리맨을 상대로 첫 블록슛을 성공시켰다.

국내 선수 중에 김주성에게 가장 많은 블록슛을 당한 선수는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던 ‘국보 센터’ 서장훈(207cm·38개)이었다. 그러나 김주성은 서장훈을 블록슛하기 가장 힘들었던 선수로 회상한다. 김주성은 “장훈이 형은 슈팅 기술이 뛰어난 데다 키도 크기 때문에 공을 쳐내기가 힘들었다. ‘슈팅을 어렵게만 만들자’고 생각해 따라붙다 보니 운이 좋아 공을 쳐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앞으로 2시즌을 더 뛸 계획인데 몸이 허락하는 한 블록슛은 계속 시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기록이 ‘불멸의 기록’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김주성은 “내가 은퇴할 때 남긴 블록슛 기록이 후배들이 뛰어넘고 싶어 하는 목표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LG는 KGC를 87-78로 이겼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임보미 기자 
#블록슛#김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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