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최강삼성’의 교훈, 답은 현장에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1일 05시 45분


삼성 류중일 감독(가운데)은 우승에 최적화된 삼성의 시스템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현장’의 힘을 일깨웠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류중일 감독(가운데)은 우승에 최적화된 삼성의 시스템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현장’의 힘을 일깨웠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야구인의 꿈이 ‘내가 감독이어서 우승을 시키는 팀’이라면, ‘어떤 감독이 와도 우승할 수가 있는 팀’은 모든 프런트의 꿈이다. 결국 야구 현장은 이 사이의 헤게모니 투쟁의 연속이다. 리더십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의 측면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완결체에 가깝다. 무엇보다 삼성 선수들은 야구를 잘하는 집단이다. 9일까지 삼성 타자들의 헛스윙 비율(헛스윙수/투구수)은 7.6%인데 오직 두산(7.5%)이 위에 있다. 그러면서 장타 숫자(174개)도 넥센(233개)과 롯데(194개)에 이어 최상위권이다. 투수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에서 삼성은 전체 1위(1.25)다. 퀄리티스타트도 34회로 압도적 1위(2위 롯데 26회)다.

#강팀은 이길 수 있는 카드가 많은 팀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은 실점을 줄이는 방법과 득점을 많이 하는 방법 모두 가능한 팀이다. 2015시즌 포스트시즌 카드를 5장으로 확대하자는 안건이 올라왔을 때, 유일하게 삼성 김인 사장이 반대한 것도 정규리그 1위를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터다. 게다가 삼성은 ‘STC(삼성트레이닝센터)’로 상징되는 재활 시스템과 베이스볼 아카데미 성격의 ‘BB아크’로 대표되는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성과를 올렸을 때 선수단 보상 체계도 최고다.

#이런 시스템에 화룡점정을 그린 이가 삼성 류중일 감독이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4년 연속 통합 우승은 KBO 역사상 류 감독이 최초다. 류 감독은 1승3패로 밀리던 2013년 한국시리즈를 뒤집는 과정에서 승부사적 기질도 보여줬다. 투수 9명을 써서 역전승을 해낸 6차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감독 류중일의 가장 큰 미덕은 시스템을 잡음 없이 기능하도록 이끄는 포용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보다 선배여도,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가 삼성에 들어와도 류 감독은 기꺼이 안았다. 프런트와의 관계도 그랬다.

#아무리 제도가 숭고하더라도 결국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특히 전문가 집단이 모여 있는 야구는 현장인력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프런트의 철학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지난해보다 별로 나을 것 없는 전력임에도 선전하고 있는 NC와 KIA, 롯데를 보면 해답은 현장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강팀으로 꼽힌 SK와 두산이 올 시즌 도중 돌연 코치진을 개편한 것을 두고 새삼 든 생각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