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천하의 윤석민도 선발 첫 해엔 7승18패… 패배서 이기는 법 배워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9일 05시 45분


야구선수들은 누구나 이기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패배 또한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투수 윤석민도 7승18패(2007년)에 그친 시절이 있었고(위), 통산 109승을 올린 장호연(아래)도 입단 첫해의 17패(6승)를 포함해 통산 110패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야구선수들은 누구나 이기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패배 또한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투수 윤석민도 7승18패(2007년)에 그친 시절이 있었고(위), 통산 109승을 올린 장호연(아래)도 입단 첫해의 17패(6승)를 포함해 통산 110패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패배의 교훈

“야구는 실패의 게임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좌완 최다승 투수인 게일로드 페리(363승245패)는 미국의회에서 연설하던 도중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빼어난 타자도 35% 이상의 성공 확률을 보장할 수 없고, 최강팀도 65% 이상의 승리를 쉽게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야구다. 반대로 말하면 야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실패 또는 패배에 가까이 있는 종목이다. 그만큼 패배와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가 야구다.

2007년 실패 후 다음 시즌 14승 에이스로
서정환 감독 “나가면 졌지만 가능성 보였다”

OB 장호연·쌍방울 김원형도 패배서 성장
kt, 4월까지 3승22패…5월 조금씩 상승세

● 1983년의 OB 장호연, 2007년의 KIA 윤석민

KBO리그 역대 기록 중 단일시즌 최다패전은 1985년 청보 장명부(통산 55승79패)가 가지고 있다. 25패다. 1982년 백인천(MBC)의 4할 타율(0.412), 1983년 장명부(삼미)의 시즌 30승과 함께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보인다. 장명부는 패전에 관한 한 독보적 기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표 참고>


장호연(통산 109승110패)은 1983년 동국대를 졸업하고 OB에 입단해 루키 시즌에 6승17패를 기록했다. 당시 김영덕 감독이 지휘하던 OB는 원년 우승 이후 에이스 박철순의 허리 부상으로 마운드에 탈이 났다. 장호연은 숱한 패전 속에서도 꾸준히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장호연은 훗날 ‘후배들에게 자신의 피칭 노하우를 알려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프로 첫해 17패를 하면서 고생하고 배웠던 경험을 쉽게 알려주겠느냐”고 반문했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기교파 투수인 장호연의 능글능글한 피칭은 입단 첫해 기록한 17패를 포함해 통산 110패(통산 109승)가 준 선물이다.

윤석민도 2007년 고졸 3년차에 7승18패를 기록했다. 2005년 KIA에 입단해 2시즌 동안 8승10패26세이브를 기록한 뒤 선발투수로 보직이 고정된 첫 해였다. 당시 KIA를 지휘했던 서정환 감독의 말. “윤석민이 나가면 졌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보였다. 그래서 시즌 내내 선발을 거르지 않고 투입했다. 많이 졌지만 결국 다음 시즌에는 14승5패를 했다. 역시 투수는 꾸준하게 던지면서 타자에게 많이 맞아보고 져봐야 이기는 법을 안다.”

● 통산 144패가 만들어준 134승

또 다른 고졸선수의 사례도 있다. 1991년 쌍방울 김원형이다. 창단 첫해 지역연고의 우선 신인으로 입단해 마운드가 허약한 팀 사정상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갔다. 갓 고교를 졸업한 19세의 투수가 프로야구 선배들의 매서운 방망이를 막아내기는 어려웠다. 1승 뒤 9연패를 거듭했다. 부담을 못이긴 김원형은 “2군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자청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계속 기회를 줬다.

결국 김원형은 8월14일 해태 선동열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1-0 승리를 따냈다. 최연소 완봉승 기록의 탄생 배경이다. 김원형은 그해 7승11패를 기록했다. 그는 “그때 계속 지면서 경기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와 선발투수의 책임감 등을 배웠다. 흔히 투수는 맞으면서 배우라고 말한다. 타자를 두려워해서 볼을 던지면 더 힘들어진다. 투수는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면 보완하게 된다. 타자에게 맞아봐야 어떻게 던질지 안다. 그때 지면서 익혔던 경험을 후배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김원형은 송진우(통산 210승153패)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은 패전(144패)을 기록했지만, 그 패배들이 있었기에 역대 5번째인 134승도 있었다.

패하지 않고 이기면서 배우는 투수라면 더 좋겠지만, 하늘에서 내려준 투수를 제외하고는 그런 재주를 쉽게 가질 수 없다. 패배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사람만이 성공한다.

● kt의 5월 선전과 3·4월 22패가 준 교훈

4월 30일까지 3승22패로 승률 0.120에 불과하던 kt가 5월 4승11패를 기록하며 조금 좋아지는 기미를 보인다. 한화와 LG를 상대로 2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도 거뒀다. 2일 발표됐던 롯데와의 5대4 트레이드의 효과를 본 모양이다. 성급히 추진한 10구단 체제의 실패를 입증하는 듯하던 kt가 그나마 나아진 모습이어서 야구인들은 안도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페넌트레이스 동안 4월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4월까지 당한 22패를 통해 조범현 감독과 kt 선수들이 무언가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힘은 모자라지만 경험을 쌓으면 발전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조 감독은 패배가 거듭되는 어려운 시기에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시즌 120패를 해도 좋다. 아직 준비가 덜된 모습으로 경기를 하는 상황이 감독으로서 자존심은 많이 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다음 시즌에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조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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