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 한국 男축구, ‘와일드카드 잔혹사’ 이젠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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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일까?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에서 한국은 유독 '와일드카드 잔혹사'를 겪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에 나이 많은 선수를 일부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와일드카드 제도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에만 있다. 올림픽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아시아경기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도입됐다.

와일드카드는 감독에게 있어 매력적인 카드임에 틀림없다. 23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젊은 팀에 노련미와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섞여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취약 포지션에 대한 보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아시아경기에서 와일드카드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운재, 김영철, 이영표가 출전한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와일드카드가 오히려 패배의 빌미가 됐다. 이란과의 준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로 나선 이운재는 한 골도 막지 못했고 이영표는 실축했다.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6년 도하 대회(김동진, 이천수, 김두현)에서도 이천수가 한 골을 넣으며 와일드카드 불운을 씻나 싶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결국 와일드카드는 "안 뽑아도 그만"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도 박주영과 김정우가 득점은 물론이고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선배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악연을 끊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주영은 아랍에미리트와의 준결승에서 침묵했고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인천 대회에서 '와일드카드 잔혹사'는 없어질 듯 보인다.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축구대표팀은 14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김신욱, 박주호, 김승규는 종횡무진 활약하며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신욱은 1-0으로 앞선 후반 33분 추가골을 넣었고, 김승규는 말레이시아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박주호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하며 든든한 허리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김신욱은 "선배로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리그에서 했던 것만큼 내 역할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종 대표팀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솔선수범해주고 있다. 지금과 같은 활약만 펼친다면 28년 만의 금메달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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