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210승이면 ‘불멸의 투수’되는 한국프로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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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11승-日 400승과 비교 안돼
빅스타 해외 진출로 기록 끊기고 적은 경기 수-군복무 등 감안해도
30년 연륜 맞게 한단계 올라갔으면

야구는 유독 기록이 강조되는 종목이다. 한 장의 기록지만 봐도 경기에서 발생한 상황 하나하나를 알 수 있다. 그런 기록이 차곡차곡 산처럼 쌓인 게 통산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앨버트 푸홀스(34)가 지난주 역대 26번째로 500홈런을 달성했다(29일 현재 501개). 현역 선수 가운데 500홈런을 넘은 타자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39·654개)와 푸홀스 두 명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500개 이상 때린 타자는 오 사다하루(왕정치·868개)를 비롯해 모두 8명인데 그중에는 현역 선수인 요코하마 DeNA의 나카무라 노리히로(41·404개)도 포함돼 있다. 국내 통산 최다 홈런은 28일 현재 삼성 이승엽(38)의 361개. 2004년부터 8시즌 동안 일본에서 생산한 159개를 포함하면 520개로 늘어나지만 공식 기록은 아니다. 이승엽이 2006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한일 통산 400홈런을 채웠을 때만 해도 600홈런까지는 무난해 보였다. 만 30세가 되기 전에 400홈런을 때린 타자는 로드리게스와 오 사다하루 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통산 최다승의 주인공은 송진우 한화 퓨처스 코치(48)다. 21시즌을 뛰며 210승을 올렸다. 역시 미국(511승·사이 영), 일본(400승·가네다 마사이치)과는 차이가 크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승 투수는 삼성의 배영수(35)로 117승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시즌 동안 20승에 그친 데다 나이를 감안하면 200승은 어려워 보인다. 송진우의 기록이 ‘불멸’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한화에서 뛰던 류현진(LA 다저스)이 200승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는 2012년 98승을 끝으로 미국으로 진출했다.

▷국내 프로야구 통산기록이 미국, 일본에 크게 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경기 수가 적다. 한국은 팀당 128경기, 미국은 162경기, 일본은 144경기다. 군 복무도 이유 중 하나다. 한창 잘나갈 때 두 시즌을 뛰지 못하는 건 개인 통산기록에 적지 않은 손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진출이다. 이승엽이나 류현진의 사례에서 보듯 전성기에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국내 통산기록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줄곧 국내에서 뛰었다면 600홈런을 이미 넘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시대도, 장소도, 리그 수준도 다른데 통산기록에서 미국·일본과 경쟁하는 것은 무모하고 또 의미 없는 일이다. 부를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선수들을 잡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새로운 통산기록 1위가 나올 때마다 다른 나라의 수치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통산기록은 그 리그의 역사를 보여주는 척도다. 국내 프로야구도 30년이 넘었으니 이제 통산기록 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은 국내에서만 뛰어도 엄청난 부를 누릴 수 있다. 최고의 스타들이 빠지면 리그의 인기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 10구단 KT가 합류하면 경기 수는 역대 최대로 늘어난다. 국내 통산 첫 500홈런 타자, 제2의 200승 투수를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야구#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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