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호령했던 수구, 부활의 날은 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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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회 동아수영, 서울체고 첫 우승
한국, 1986서울亞경기 2위 등 강세… 지금은 등록선수 100명… 약체 전락
“조금만 더 투자하면 강호될텐데”

“미안, 고의가 아냐” 27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6회 동아수영대회 수구 남자 고등부 결승전에서 전북체고 박남규(왼쪽)의 팔이 볼을 쳐낸 뒤 서울체고 김태원의 얼굴을 치고 있다. 서울체고가 10-8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미안, 고의가 아냐” 27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6회 동아수영대회 수구 남자 고등부 결승전에서 전북체고 박남규(왼쪽)의 팔이 볼을 쳐낸 뒤 서울체고 김태원의 얼굴을 치고 있다. 서울체고가 10-8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와∼.”

27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6회 동아수영대회 수구 고등부 결승.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전북체고 장민준이 서울체고 골네트를 가르자 스탠드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6-6 동점. 잠시 후 경기 종료 벨이 울렸고 곧바로 승부 던지기에 들어갔다. 먼저 던진 전북체고 정윤오의 슛은 빗나갔고 서울체고 김태원의 슛은 들어갔다. 전북체고 두 번째 슈터 장민준의 슈팅까지 골문을 외면하면서 승세는 서울체고 쪽으로 흘렀다. 4-2. 서울체고 선수들은 기뻐했고 전북체고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서울체고가 동아수영대회에서 처음 우승하는 순간은 이처럼 극적이었다. 서울체고는 26일 준결승에서도 강원체고와 8-8 무승부에 승부 던지기까지 끌고 가서 4-2로 이기고 올라왔다.

고등부 3학년 수구 선수들은 동아수영대회에서 우승하면 사실상 대학 입학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시모집 때 특기자 점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수구 선수를 뽑는 대학이 한국체대와 공주대밖에 없어 동아수영대회 우승은 곧 이들 대학 진학을 의미한다. 이날 스탠드에서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열띤 응원전을 펼친 이유다.

지금은 아시아경기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지만 한때 한국은 수구 강국이었다. 1984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한국 수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뒤 약체로 전락했다. 저변이 약하기 때문이다. 고등부 8개 팀, 대학 2개 팀, 일반부 5개 팀 등 수구 인구가 1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986년 아시아경기 수구 은메달리스트 이택원 강원도수영연맹 전무이사(47)는 “조금만 더 투자하면 다시 아시아에서 강호가 될 수 있는데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 선수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체전 땐 모든 지자체가 경영 선수들로 수구 팀을 구성해 나온다. 2회전만 올라가도 개인 종목 금메달 3개 정도의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전국체전이 끝나면 다시 관심 밖이다. 이 전무는 “지자체만이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줘도 수구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울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동아수영 기록실 swimming.sports.or.kr
#수구#동아수영#서울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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