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LG ‘신바람 야구’의 추억] 레전드 김용수가 보는 LG의 어제와 오늘

  • Array
  • 입력 2013년 9월 18일 07시 00분


LG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 연도는 1994년이다.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은 감격의 순간, 마운드를 지켰다. 그는 LG 후배들에게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중요하다. 보너스게임이라 생각하고, 경기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최용석 기자
LG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 연도는 1994년이다.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은 감격의 순간, 마운드를 지켰다. 그는 LG 후배들에게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중요하다. 보너스게임이라 생각하고, 경기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최용석 기자
■ 김용수 “94년엔 번트 없이 쭉쭉 날렸지…그래서 신바람야구”

유지현·서용빈·김재현 등 신인 중심
막강 타선…점수 신나게 뽑으며 경기
최근 스몰볼 경기…흥미 잃을까 걱정

올 시즌 팀 선두권 도약 ‘베테랑의 힘’
후배들 더 올라오면 제2 전성기 충분

11년만에 가을행, 자신감을 가져라
이병규·박용택 선봉장 역할 해줘야
신바람 LG…후배들아, V3 부탁해!

LG가 올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눈부신 성적을 거두면서 팬들 사이에선 ‘어게인(again) 1994’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LG의 2번째 우승을 책임졌던 1994년 멤버들과 올 시즌 멤버들의 활약상을 비교해 편집한 영상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년 전 LG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자, LG의 유일한 영구결번(41번) 스타인 김용수(53) 전 중앙대 감독을 만나 LG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1994년 신인+2013년 베테랑=‘천하무적’

김용수 전 감독은 올 시즌 LG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는 베테랑들의 힘이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팀을 이끌면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들은 대부분이 나이가 적지 않다. 밑에 있는 후배들이 좀더 치고 올라서면 LG는 1990년대처럼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1994년을 회상했다.

1994년과 2013년의 LG는 유사하면서도 달랐다. 팀이 하나로 탄탄하게 뭉쳤다는 점은 같지만, 1994년에는 베테랑이 아닌 신진급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나갔다. 김 전 감독은 “1994년은 MBC에서 LG로 바뀐 이후 정착하는 단계였다. 물론 고참들도 잘했지만 그 시기는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 등 신인을 중심으로 5년차 이하 선수들이 계속 밀어붙였다. 팀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었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회고했다. 김 전 감독은 “1994년 당시의 신인들과 지금의 고참들이 한 팀을 이룬다면 아마도 무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 1994년부터 시작된 ‘신바람야구’

LG는 올 시즌 신바람야구를 부활시켰다. LG는 주장 이병규(9번)를 필두로 막강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6월 이후 10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면서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이후에도 투타의 밸런스를 앞세워 1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이런 신바람야구는 LG의 1차 전성기였던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김 전 감독은 “그 때는 정말 시원시원하게 야구했다. 거의 번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막강한 타선의 힘으로 많은 점수를 뽑아내며 신나게 경기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보기에도 신났고, 그러면서 ‘신바람야구’이라는 말이 탄생했다”고 추억했다. 그는 “요즘 몇몇 팀의 야구를 보면 너무 스몰볼이다. 그런 야구를 펼치면 성적은 어느 정도 따라올지 모르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예전부터 LG는 팬들이 열광할 수 있고, 함께하는 야구를 했다. 그래서 많은 팬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워낙 팬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다 보니 몇몇 어린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럴 때 선배들이 나섰다. 김 전 감독은 “워낙 팀이 인기가 많고, 팬들도 많이 따랐다. 때문에 훈련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면 고참들이 나서서 미팅을 소집해 싫은 소리도 많이 했다. 운동과 경기 시간에는 집중하고, 그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자율 속에 강한 규율이 존재했다”고 떠올렸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가운데 정면 얼굴)의 모습. 1994년 LG는 ‘신바람야구’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가운데 정면 얼굴)의 모습. 1994년 LG는 ‘신바람야구’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 가을야구 때는 여유를 가져라!

LG는 2002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유력해졌고, 한국시리즈로 직행하느냐와 플레이오프부터 거치느냐를 놓고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김 전 감독은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야구는 워낙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일단은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나에게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예상해보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구상해봐야 한다. 또 중요한 일전이라고 생각해 위축되면 몸도 굳는다. 보너스 게임이라 생각하고, 팬들과 함께 경기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선봉장 역할은 주장 이병규와 박용택 같은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작은 실수 하나가 분위기나 승패를 좌우한다. 오지환, 리즈 등 평소 실수가 많은 선수들이 좀더 잘 준비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후배들에게 LG의 ‘V3’을 부탁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