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숴 버려”…홍명보 사전에 일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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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26일 07시 00분


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일본에 강했다. 28일 잠실 한일전은 다시 한 번 그의 명성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다. 24일 중국전을 지휘하는 모습. 화성|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일본에 강했다. 28일 잠실 한일전은 다시 한 번 그의 명성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다. 24일 중국전을 지휘하는 모습. 화성|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28일 한일전 그의 승부수는?

5년간 J리거 활동…일본통으로 유명
현역시절 일본과 A매치 딱 한번만 져
런던올림픽 일본전 거친 몸싸움 주문
감독 데뷔 후 3승2무1패 절대적 강세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3∼4위 결정전을 하루 앞둔 2012년 8월10일(한국시간). 홍명보 감독은 일본의 전력분석을 위한 선수단 미팅 도중 갑자기 동영상을 정지시켰다. 그 동영상은 일본-멕시코의 경기였다. 양 팀 공중 볼 경합 장면에서 영상이 멈추자 선수들은 멍하니 홍 감독을 바라봤다. “저럴 때는 그냥 부숴버려!” 뜻밖의 한 마디에 선수단은 숙연해졌다.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알고, 누구보다 일본에 지기 싫어하는 홍 감독의 뜻대로 한국은 다음 날 일본전에서 평소와 전혀 다른 거친 플레이를 했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후 1년이 흘렀다. 신분이 바뀌었다. 위기에 몰린 한국 축구를 위해 나선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 맞는 한일전이 28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2013동아시안컵 최종전이다. 모든 걸 불문하고 이겨야 할 운명의 게임이다.

● 그의 사전에 ‘일본전 패배’는 없다

홍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일본에 지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일본과 8차례 A매치에서 딱 한 번 졌다. 1993년 10월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은 일본에 0-1로 져 벼랑 끝에 몰렸다. 대회 최종일, 이라크의 극적인 도움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 ‘도하의 기적’에 취해 있을 때 홍 감독은 “앞으로 일본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다짐했다. 은퇴까지 건 약속은 지켜졌다. 그 선언 후 A매치에서 4승1무다. 선수시절 총 전적은 5승2무1패.

‘지도자’ 홍명보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코치와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이 된 이후 3승2무1패를 했다. 유일한 패배는 올림픽호 출범 경기였던 2009년 12월(1-2 패) 친선전이었다. 올림픽 본선 마지막 승부에서 빚을 갚았으니 진짜 승자는 홍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일본통’이다. 일본 코칭스태프가 내리는 지시와 주문을 모조리 파악할 정도로 일본 성향을 잘 안다. 런던올림픽 때도 일본 세키즈카 다카시 감독의 외침을 체크해 선수들에게 일러줬다. 벨마레 히라츠카(현 쇼난·1997∼1998), 가시와 레이솔(1999∼2002)을 거치며 보낸 5년여 간의 J리그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 언어와 문화, 축구를 꿰뚫었다. 세계 축구는 계속 발전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틀이 있다. 홍 감독은 가시와 시절인 2000시즌 J리그 사상 첫 외국인 주장이 됐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일본을 놀라게 했다.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탑에 올랐을 때 일본이 긴장한 이유다. 그들에게 홍 감독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런 분위기는 동아시안컵 취재를 위해 방한한 일본 기자들로부터도 감지된다.

최근 일본은 자케로니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3전 전패로 끝난 컨페더레이션스컵 영향이 크다. 그래도 자케로니 시대에서 한국은 2무1패로 일본에 열세다. 특히 2011년 8월 0-3으로 대패한 ‘삿포로 참사’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내내 한일전이 거론될 때마다 “중요성을 잘 안다. 말이 필요 없다”고 했다. 홍명보호 출범 후 첫 승의 제물이 일본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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