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유능한 지도자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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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6일 07시 00분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수 발굴은 물론이고 지도자 육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U-20 월드컵 8강에 오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광종(오른쪽)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수 발굴은 물론이고 지도자 육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U-20 월드컵 8강에 오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광종(오른쪽)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난 주 한국축구의 영웅은 U-20 대표팀이었다. 눈에 띄는 스타는 없었지만 모두가 똘똘 뭉친 조직력과 불굴의 투혼으로 U-20월드컵 8강에 오른 건 한국축구의 저력을 보여준 모범 사례라 할만하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0년 만에 꿈꾼 4강은 물거품이 됐지만 그들이 보여준 인상적인 경기력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이 주목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선수들을 지도한 감독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이광종(49) 감독의 용병술이 조명을 받는 이유다.

이 감독의 이력을 살펴보자. 1988년 유공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1998년 수원삼성에서 은퇴했다. 공을 예쁘게 찬 선수로 기억되는데, 그렇게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다. 축구협회의 전임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딘 이후 한 우물만 팠다. U-15, U-17, U-20 대표팀 등 연령별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큰 줄기를 만들었다. 이 감독의 머릿속에는 전 연령대 선수의 장단점이 들어있다. 선수들의 성장 과정도 그의 노트에 빼곡히 쌓여있다. 유망주 발굴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세계축구의 흐름을 파악한 공부하는 지도자였다. 그렇게 해서 또 한명의 유능한 축구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지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능을 타고난 선수도 뛰어난 지도자가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자 육성은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둬야한다. 지도자는 한 나라의 축구문화를 모조리 바꿀 정도로 위력적이다. 2002한일월드컵 때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이영표(밴쿠버)는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히딩크 감독 같은 축구 감독이 열 명 정도 있으면 한국은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들 중 우수한 지도자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지도자 육성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다. 공부하지 않는 지도자는 도태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라이선스(P-A-B-C-D 등 5단계) 교육을 통해 지도자 자질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지도자가 유능한 지도자일까. 주위에 넘쳐나는 감독들 중 어떤 감독에게 희망을 가져야할까.

내가 본 지도자에 대한 강연 중 으뜸은 프랑스 출신의 에메 자케였다. 1998월드컵 때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그는 2002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이 영입 1순위로 낙점했던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는 2001년 12월 파주NFC에서 국내 지도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당시 강연 내용은 국내 지도자에게 길라잡이가 될 듯싶어 되새겨본다.

“지도자는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구축해야 하고,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언제나 질문을 던지고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인격, 리더십, 정열, 긍정적 사고, 역동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아울러 그는 선수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세심한 데까지 신경 써야 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하고,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 국내 지도자 중에서도 세계적인 감독이 나와야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선수들을 보살피며, 열린 마음으로 현대 축구 흐름을 공부하는 그런 지도자가 많아져야 이런 희망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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